한국일보

향기로운 눈물

2006-02-08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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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중기(롱아일랜드)

오늘이 아내의 생일이어서 월드비전 후원 감사의 밤에 함께 가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아 대
동면옥엘 갔다. 오랫만에 만난 목사님들과 인사도 나누고 주디 강의 바이얼린 독주(지고이넬 바
이젠)에 흠뻑 매료되어 넋을 잃었다.
사람이 중년이 지나면 자기의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데 나이가 들어가는 형태도 각양 각색
이다.
인자하고 너그럽고 우아하게 되어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오히려 반대로 경직되어 고집과 심
술로 일그러지는 사람도 있다. 나이테가 더할수록 젊음이 주는 탄력과 싱그러움과 아름다움이
없어지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것 못지않게 여유와 유연함과 달관의 경지는 더해갈 수도 있을 것
이다.
영상에 나오는 탤런트 김혜자의 얼굴에서 풍겨오는 자애로운 인상은 아름답다는 말로는 다 표
현이 안되는 다른 차원의 미와 고상함을 지니고 있다. 정애리 또한 선한 맘이 그대로 얼굴에
나타나고 있는 탤런트 중 한 사람이다. 그녀는 비싼 찻집 앞에서 자기가 돌보는 고아들이 생각
나 들어가지 못하고 돌아선다고 한다.
나의 얼굴은 남에게 어떻게 비쳐질까 생각하면 지금이라도 내 얼굴을 다시 조각해 나가야 하겠
다고 각오를 다시 했다.
사람이 흘리는 눈물엔 슬픔의 눈물, 고통의 눈물, 괴로움의 눈물, 분노의 눈물, 회개의 눈물, 사
랑과 연민의 눈물 등등이 있을 것이다. 남몰래 흐르는 눈물이 있는가 하면 조용히 삼키는 눈물
도 있고 소리내어 통곡하며 흘리는 눈물도 있다. 어쨌든 인생살이가 인정에 베인 눈물과 웃음
이 교차되어 짜여지는 베틀과 같은 게 아닌가 생각도 된다.
마땅히 눈물 흘려 울어야 할 때 눈물 한방울 흐르지 않는다든가, 웃어야 할 때 웃지 못할 만큼
감정이 메말라 있다면 참으로 딱하고 가련한 처지가 아닐 수 없다.
월드비전 친선대사로 아프리카 여러 나라를 순방하며 헐벗고 굶주리며 병들어 뼈만 앙상한 아
이를 안고 흐느끼며 흘리는 그녀의 울음이 조용한 호수에 파문이 일듯이 모든 사람들의 가슴에
강하고 진하게 공명을 일으켜 주었다. 그 눈물에서 전해오는 아름다운 향기가 우리 모두를 취
하게 만들었다.
울지 못하는 종(鐘)은 종이 아니고 사랑은 주기 전엔 사랑이 아니라고 그녀는 조용하지만 힘차
게 호소하고 있다. 이 어린 생명들에게 내 팔과 내 눈과 내 가슴까지도 주고 싶다고 말하고 있
다.
LA의 한 집회에서 무려 1,000여명이 그녀의 호소에 호응해 새로운 결연을 맺었다고 한다. 한
사람이 한 사람씩 돌볼 수만 있다면 세상은 엄청 달라질 수 있다. 커피 한잔, 빵 한개, 담배 한
대, 술 한잔 덜 하고 하루 1달러씩만 아껴 후원하면 한 생명을 아사로부터 살리고 공부 시킬
수 있다.
우리도 6.25 전후 어려울 때 도움받아 살아남을 수 있었다. 이제는 사랑의 빚 갚아주면서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일찌기 간디는 “나의 소원은 모든 사람의 눈에서 눈물을 닦아주는 것이다”라고 했다지만 우
리는 단 한사람의 눈물이라도 닦아줄 수 있게 되었으면 좋지 않겠는가. 뉴욕의 한인들도 이 일
에 동참해 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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