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위대한 예술가의 ‘무소유’

2006-02-07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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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혜(취재2부 부장대우)

비디오 예술의 거장 백남준씨가 갔다. 현대 미술의 큰 별이 사라진 셈이다. 비디오 예술의 선구
자로서 현대 미술사에 큰 획을 그은 백남준씨는 비디오나 텔레비전 등의 영상매체를 이용하여
수 많은 작품을 남겼다.
그의 명성만큼이나 유명했던 기이한 행동들과 말들은 아직도 예술가들 사이에서 회자되고 있
다.
생전 휠체어에 탄 그를 여러 번 취재하면서 행동과 말은 어눌하지만 여전히 눈빛이 살아있었고
참으로 번득이는 아이디어를 엿볼 수 있었다. 그는 TV 조각, 위성 작품, 로봇 장치들, 레이저
작품 등 죽기 전까지 끊임없는 창작의욕을 불태우며 거대한 멀티비전 비디오 작품들을 남겼다.
그가 세상을 떠났을 때 세계 문화예술인들이 모두 슬퍼했고 그를 존경하던 젊은 비디오 아티스
트들은 부모 잃은 아이처럼 아직도 상실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 3일 장례식장에서 본 고인의 얼굴은 매우 편안하고 행복해보였다.
생전 고인의 기상천외한 행동들에 대한 지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조문객들은 웃으면서 그를
보냈다. 엄숙하고 슬픈 장례식만 보아 오다 웃는 장례식은 생전 태어나 처음 경험해 보았다.
유족이 보여준 고인의 침실과 자택 거실 사진을 보면서 평소 돈도 명예도 아무런 관심도 없었
던 백남준씨의 욕심 없는 삶을 엿볼 수 없었다.
거대한 명성에 비해 너무도 욕심이 없었던 백남준씨는 한 줌의 재만 남기고 세상을 떠났지만
그가 남긴 업적은 대단하다.
그의 업적을 연구하는 연구센터가 미국에서 건립되고 그의 작품들을 모아 놓은 백남준 미술관
이 조국인 경기도에서 개관한다. 또한 그의 작품들이 세계 곳곳에 자리하는 등 위대한 예술가
가 남긴 업적은 정말 대단하다고 할 수 있다.
위대한 예술가의 ‘무소유’ 삶이 남긴 뛰어난 업적을 우리 후대들은 오래 오래 기억할 것이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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