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사설/‘자영업 비율 1위’라지만

2006-02-07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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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이민자들 가운데 한인이 자영업에 종사하는 비율이 가장 높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고 한다. 이민자연구센터가 최근 발표한 출신국별 자영업자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한인은 아시아계인 인도와 중국은 물론 유럽과 아랍계 등 전이민자 그룹 중 자영업자 비율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조사에서는 한인의 28.1%가 자영업에 종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취업자의 4분의 1 이상, 거의 3분의 1에 가까운 숫자가 자영업에 종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수치는 매우 고무적인 현상이 아닐 수 없다. 미국에서는 개인이나 집단의 경제력이 가
장 큰 힘인데 이민자들이 경제력을 기를 수 있는 수단은 자영업이기 때문이다. 이민세대가 2세
또는 3세로 넘어가면 전문직종이나 대기업 또는 정부 및 공공분야로 진출하는 사람들이 많아지
지만 미국교육을 받지 않고 영어가 부족한 이민 1세들은 종업원 생활을 거쳐 자영업을 경영하
는 단계를 밟고 있다. 그러므로 자영업자가 되는 것은 이민정착에서 1단계 성공한 셈인데 한인
들의 자영업자 비율이 높다는 것은 이민 1세의 비율이 높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한편으
로는 1세들의 경제적 토대가 단단하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한인들은 지금까지 델리, 세탁, 네일, 잡화 등 소규모 비즈니스에서 탄탄하게 자리를 굳혔다. 그
러나 최근 몇년 사이에 이와같은 소기업의 수익성이 급격히 떨어져 자영업이 종래와 같은 매력
을 잃어가고 있다. 그 원인은 전반적인 경기부진에다 한인들간의 경쟁 심화, 나아가서는 후발주자인 타민족들의 진출이 활발해졌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자영업 비율이 1위라고 해서 그것이 곧 경제력이 크다는 것이라고 할 수는 없다. 한인 경제력을 키우려면 자영업의 수가 늘어나고 자영업자의 비율이 높아지는 것보다 한인 자영
업의 수익성이 향상되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한인 비즈니스의 숙원인 새로운 업종의 개발과 기존 업종의 대형화, 전문화, 고급화가 시급한 과제이다. 새로운 업종의 개발로 한인간의 경쟁을 완화하고 대형화, 전문화, 고
급화로 타민족의 도전을 따돌리면서 새로운 수요를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영업 비율 1위라는 현실에서 이와 같은 한인업계의 질적 변화를 이루지 못한다면 한인업자들은 더욱 영세화
하고 말 것이다. 한인 자영업자는 늘고 있는데 수익은 점점 떨어지는 위기를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때가 되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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