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부모가 바뀌어야 한국어가 산다

2006-02-03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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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은(취재2부 차장대우)

최근 뉴욕·뉴저지 일대 공립학교에 한국어반 증·개설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그간 한인학생이 많이 재학하는 학교 학부모회를 주축으로 산발적으로 추진됐던 한국어반 개설 노력이 이제는 보다 넓은 지역적 관점에서 확산되는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는 것이다.

이달 초에는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에 본부를 둔 SAT II 한국어 진흥재단 관계자까지 뉴욕·뉴저지 공립학교를 직접 방문, 학교 관계자들과 만나 공식적인 협조를 당부하면서 한국어반 증·개설 노력은 더욱 힘을 얻고 있다. 정규 공립학교에 한국어반 개설을 늘려야 한다는 것은 비단 어제오늘의 얘기는 아니지만 앞으로 한국어 AP과목이 개설되기까지 남은 여정은 아직 길고도 험난하다. 뉴욕·뉴저지 지역적으로도 그리 빠른 진전을 보이지 못하는 이면에는 일부 한인들의 잘못된 인식도 자리 잡고 있다.
얼마 전 만난 한 학교 관계자는 한국어반 개설에 대한 한인학생과 학부모들의 의견수렴 결과, 의외로 대다수 학부모들이 자녀가 공립학교에서 한국어 교육을 받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뜻밖의 결과를 얻어 놀라웠다고 전했다. 한국어보다는 소위 명문대에서 중시하는 주요과목의 AP수업을 원하는 한인 학부모들이 더 많았기 때문이다. 직접 만난 학생들조차 한국어 수강생들을 마치 손쉽게 좋은 성적이나 받으려 잔꾀부리는 학생으로 취급하는 주변의 선입견과 시선이 따갑다는 심경을 토로했다. 한국어 수강생 스스로도 ‘대학 입학사정관마저자신들을 그렇게 취급하면 어떻게 하나?‘라는 두려움과 걱정을 안고 있었다. 하지만 대학에서는 학생들의 인종을 배경으로 섣부른 선입견을 갖거나 이를 근거로 입학을 심사하는 것을 인종차별행위로 금하고 있다.


사회에 진출한 수많은 한인 2세들이 취업면접에서 ‘미국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한국어는 못하지만 서반아어는 구사할 줄 안다’고 자신 있게 대답한 것이 결국은 스스로 한인의 자긍심 결여를 드러낸 셈이 됐다는 경험담을 토대로 후배들에게 한국어 교육을 당부하는 모습을 그간 많이 보아왔다.더 늦어 후회하기 전에 한국어 교육의 중요성을 한인들 스스로 인식하고 바꿔나가지 않는다면 진정한 한국어 교육의 성공은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더불어 주변의 선입견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꿋꿋한 의지로 한국어반을 택해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 학생들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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