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매스터 강의 언덕

2006-02-01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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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원(취재1부 차장)

얼마 전 뉴욕 웨체스터에 있는 한 호텔에서 근래에 보기 드문 모임이 있었다.
이날 모임은 30여년전 한인 태권도 사범인 강익조(전 뉴욕 한인회장)씨로부터 태권도를 배운
제자 100여명이 스승의 은혜에 감사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로 그들은 강 사범과 부인 강행자씨
에게 감사패와 선물을 전달하며 정을 나눴다.
사실 미국 사회에서 ‘정’이란 찾기 힘들다. 가끔씩 영화에서나 사람들간의 정을 피부속으로
느낄 수 있는 장면을 볼 수 있지만 미국이란 나라에서는 ‘나도 당신 일에 터치 안할테니 당신
도 내 일에 신경 쓰지 마시오’라는 개인주의가 지배적이다.
이와 같은 미국 사회에서 30년이나 지난 세월을 잊지 않고 ‘취미 생활’의 일종인 태권도를
가르친 스승을 위해 미 곳곳에서 100명이 넘는 제자들이 한 곳에 모인 것은 가히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한 제자에게 물어보았다. ‘매스터 캥(Master Kang)을 잊지 않고 항상 찾는 이유가 무엇이냐’
고… 그 제자는 “매스터 강으로부터 인간관계의 중요성을 배웠다“라고 말했다. 미국사람이기
때문에 기자는 ‘강’의 발음을 ‘캥’으로 했지만 그 제자는 기자의 질문에 대답할 때 ‘매스
터 캥이 아닌 “강”이라고 정확한 한국 발음으로 답했다. 그의 대답을 들으며 두 가지의 사실
을 느낄 수 있었다.
첫째는 강익조 사범이 미국인 제자들에게 태권도를 가르칠 때 2단 옆차기에 중점을 둔 것이 아
니라 인성교육을 강조했다는 점이다. 둘째는 제자들이 ‘매스터 캥’이 아닌 ‘매스터 강’이
라고 정확한 발음으로 얘기한 점을 미뤄 강 사범은 제자들에게 ‘대충대충’식이 아닌 철저한
가르침을 전수하지 않았을까 싶다.
요즘처럼 급변하는 시대에서 강 사범과 제자들의 이날 모임은 사람과 사람의 정은 시대와 환경
에 상관 없이 늘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주고 있다. 세상에 인복이 있는 사람은 흔
히 찾아볼 수 있지만 인덕이 많은 사람은 드물다.
인복과 인덕을 인터넷 검색엔진에 쳐 봤더니 한 네티즌이 이와 같은 정의를 내렸다.
‘인복은 자신의 인격으로 남의 도움을 받는 복이고, 인덕은 자신의 인격으로 남에게의 도움을
주는 것이지요.’ 즉 인덕이 많다는 것은 남에게 베풀 줄 안다는 얘기이다.
베풀며 산다는 것. 어떻게 하면 30년 이후 우리의 모습이 아름다울 수 있을까라는 질문의 가장
확실한 대답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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