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전쟁놀이는 그만 두자

2006-01-30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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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정길(수필가)

우리는 어렸을 때 전쟁놀이를 즐겼다. 판자 쪽을 잘라 권총 모양이나 장총 모양을 만들었다. 검은 먹물이나 잉크로 색칠을 하면 그럴듯한 장난감 총이 되었다. 총소리는 입으로 ‘탕, 너 죽었다’ 하면 상대편도 군소리 없이 ‘억’ 하며 쓰러졌다. 우리는 좀 더 자라서 전쟁이나 폭력을
소재로 한 비디오 게임이나 영화나 드라마를 재미있게 즐긴다.
전쟁은 파괴적이고 비참한 것이며 우리를 슬프게 하는 가장 큰 재앙의 하나이다. 그런데 아이들은 왜 전쟁놀이를 즐기고 사람들은 구경하기를 재미있어 할까. 사람들의 마음의 근저에 혹 이러한 마성이 숨겨져 있는 것은 아닐까?

동물들이나 원시인들은 단순히 먹이를 얻기 위해 다투고 싸웠을 것이다. 인간들이 집단을 이루고 나라를 만들면서 더 많은 재물을 얻기 위해, 더 넓은 땅을 빼앗기 위해 이웃을 침탈하는데 맛을 들였을 것이다. 역사상의 많은 정복자들은 땅을 뺏기 위해 많은 생명을 살상한 자들인데
영웅의 이름으로 빛나고 있다.테러집단에 의한 ‘월드트레이드센터’ 공격으로 무고한 많은 사람들이 희생당했고 그 유족들은 그 때의 아픔을 지금도 잊지 못하고 있을 것이다.가공할 테러분자들과 그 배후 조종 세력에 대한 미국인의 증오는 아직도 가시지 않고 있다. 미국정부는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를 침공하여 지금까지 이라크에서는 명분없는 싸움을 계속하므
로 아랍세계로부터 미움을 사고 있다.


이제 전쟁은 미움으로 시작하여 미움으로 이어지고 있다. 오늘날의 전쟁은 이기는 쪽도 지는 편도 모두 다 상처만 남는다. 이제는 싸우는 당사자 뿐만 아니라 구경하는 이들도 함께 다치게 되었다. 더욱 두려운 것은 핵무기나 바이러스와 같은 대량살상무기를 테러 집단이 쥐었을 때 상상하기도 두려운 위협이 될 것이다.근대과학의 발달은 군사 무기가 주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강대국임을 뽐내는 기준이 군사력과 경제력의 수준으로 저울질하고 있다. 아프리카나 중동지역에는 지금도 크고 작은 분쟁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런 지역에 무기를 팔아 국익을 챙기는 나라들이 있다. 미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중국 등 강대국들이다. 이 무슨 얄궂은 일인가.

무기 장사하는 이 대국들이 모두 세계 평화를 위해 존재하는 유엔의 상임이사국들인 것을. 이런 나라와 이런 나라 지도자들에게 인류의 미래와 세계 평화를 보장 받기에는 너무 서글픈 일이 아닌가.우리 모두 각성하여 무기 장사도, 전쟁놀음도 그만두어야 한다. 우리만 살고 그만 둘 땅이 아니
다. 우리의 다음 세대가 전쟁과 테러의 위협에서 벗어나 평화롭게 영원히 살아가야 할 지구이다.강대국들은 군비 확장에 쏟아붓는 비용으로 세계 각국의 빈민구호사업에 쓴다면 테러의 위협은 사라질 지도 모른다.나는 지금 잠꼬대를 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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