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양떼를 치며 ‘가장 귀한 선물입니다’

2006-01-27 (금)
크게 작게
해가 바뀔 때마다 우리는 새해에는 복 많이 받기를 기원합니다. 산에 올라가서 새해 첫날 떠오르는 태양을 보고 복을 빌기도 하고, 가족끼리 모여서 인사를 주고받으며 복을 빌기도 합니다.
늘 그랬듯이 새해 벽두에는 모든 일이 잘 풀려서 순조로운 한해가 되기를 바라지만 아마 2006년도의 끝자락에 가서는 또 다시 ‘다사다난’했던 한해라고 이야기할 가능성이 큽니다. 새로운 해를 시작하면서 우리 모두는 순조로운 삶과 신앙여정을 기원하지만, 이 해도 묶은 해가 될 때쯤 되면 ‘다사다난’했던 해로 우리가 기억할 가능성이 큽니다.
그래서 새해에 받을 복은 별 탈이 없는 순조로운 세월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다시 주신 한해를 하나님께서 주시는 귀한 선물로 받는 자세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새해에 받을 복은 우리에게 주시는 가장 귀한 선물이 시간이라고 하는 깨달음이라는 말씀입니다.
시간은 우리 앞에 당연히 마련되어 있는 우리의 소모품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지금도 계속 창조하심으로 우리가 사는 선물이라는 깨달음이란 말입니다. 두둑하게 남은 2006년의 날짜를 두고, 이 귀한 날들은 우리가 소비할 권리가 있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주시는 끊이지 않는 은총으로 풀이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천하를 얻고도 그가 그 생명을 잃으면 가진 모든 것이 다 소용없다는 말씀을 저는 모든 것을 가지고도 하나님께서 주시는 시간 속에 생명으로 함께 함이 없으면 다 소용없는 일이라고 읽습니다.
여기에서 구원은 그래서 장소가 아니라 하나님과 함께 하는 ‘시간’이라고 저는 봅니다. 이 말은 하나님께서 사랑하셔서 어둔 세상에서 구하여 내신 이들은 ‘좋은 곳’에 따로 가있는 것보다는 하나님과 함께 하는 ‘시간’을 경험하는 것이라는 말입니다. “나 어느 곳에 있든지 늘 맘이 편하다.”는 찬송의 고백은 좋은 곳에서만 마음이 편한 것이 아니라 하나님과 함께 하는 시간은, 어디에 있든지, 즉 평화를 뜻하는 것입니다.
지구가 태양을 돌아 다시 그 자리에 와있다는 것이 우리가 셈하는 한해입니다. 수억 년을 두고 있었던 일을 서양력으로 셈한 지 올해가 2,006번째 되었다는 말입니다. 이 긴 시간을 두고 올해도 여느 해처럼 태어나고, 죽고, 세우고 부수며, 만나고 헤어지고, 얻고 잃어가며 살텐데… 그렇게 살면서 우리에게 가장 큰복은 그 주시는 세월을 하나님께서 베푸시는 가장 큰 선물로 받아 우리의 삶을 매일 거듭나게 하는 것입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곽 철 환 목사
(윌셔연합감리교회)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