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장기 기증, 사랑과 실천

2006-01-24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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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수(소설가)

지난 1월 13일자 한국일보에 ‘육신 기증은 쉬운 사랑 실천’이란 조영주(94) 할머니의 1,000번째 ‘해부용 시신 기증, 부모 뜻 따라 가족 7명 모두가 운동 동참 약속’이란 글을 읽고 갑자기 가슴이 뭉클함을 느꼈다.
원래 사랑이란 친절, 호의, 존경, 정(情)을 느끼거나 주는 것인데도 우리 사회는 내 이웃을, 내 마음과 뜻과 정성을 다하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더구나 죽어서 생명을 이어가는 것은 희생 없이는 진실한 사랑이 전달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신문에 의하면 할머니는 평소 자신의 육신을 기증하는 것이 ‘가장 쉬운 사랑의 실천’이라고 말했다. 먼저 간 남편도 “화장을 하든 매장을 하든 흙으로 돌아갈 육체에 미련을 가질 필요가 없다”면서 장기와 시신을 기증하였다. 이것은 하나님과 사람 사이에, 그리고 예수 그리스도 안에 있는 사람들 사이에 존재하는 영적 사랑이 아닐 수 없다.그렇기에 희랍인들은 몇가지 사랑을 표현했는데, 우정에만 나타내는 필리아, 자연적 애정, 즉 혈족간의 사랑을 나타내는 스트로게, 성적인 사랑, 곧 이성 사이의 사랑을 나타내는 에로스 등이 그것이다.누구나 인간은 육신이 연약한 까닭에 마음에 품은 생각을 실천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가장 큰 계명은 하나님과 이웃을 사랑하는 것인데, 할머니 가족들의 경우 “내 이웃을 내 몸과 사랑하라”는 하나님의 말씀을 실천한 것이 큰 감명을 가져다 준 것이 사실이다.내가 알고 있는 비타민 C로 유명한 이왕재(서울대 연구부 학장) 교수도 부친의 장기를 기증받아 실습용 시신으로 사용하여 후학들로 하여금 많은 귀감을 안겨 주었다.실제 이 교수도 한국은 선진 미국과 각 나라들에 비해 의과대학마다 실습용 시신이 부족해 학
문 연구에 어려움이 많다는 것을 지적하였다. 필요량에 비해 실제 기증되는 시신이 부족한 것이고 보면, 우리 사회가 이들에게 공부를 제대로 하겠금 뒷받침해 주는 것도 진정한 학문 발전에 큰 영향을 줄 것이 분명하다.
많은 의학도들이 해부학을 통하여 배우고 싶은 학문을 갈망하는 것, 그것은 진정으로 그들의 몫이 당연하다.

우리가 살고 있는 미국같은 나라는 주(州)마다 법이 다르지만 운전면허증 발급 때, 장기 기증 의사를 질문받는다. 나의 경우만 해도 가족 중의 한 사람이 고통과 아픔을 당하였기에 그런 사유로 나는 이미 뇌사시 장기 기증 및 사망 후 각막 기증, 시신 기증 서약을 해 놓은지가 오래 되었다. 또한 함께 근무하는 미국인들도 10명 중 2~3명은 장기 기증을 서약해 놓은 상태임을 확인하였다. 그들도 남에게 베풀게 될 때의 사랑은 자신을 행복하게 만드는 기쁨을 알고 있는 것이다.나는 우리의 두뇌와 몸도 배우도록 만들어졌기 때문임을 안다. 그러므로 실습용 시신이 없어 해부학을 제대로 다루지 못하여 생명에 오류를 낳는다면 그 실수를 어떻게 극복할지 점차적으로 알아갈 것이라는 사실에 위로를 얻는다.

우리는 선진 미국과 외국의 경우를, 한국이 안고 있는 유교적 관습을 서둘러 탈피하여야 한다. 사람들마다 생각과 뜻이 다르지만 충분한 홍보와 계몽으로 죽음 후에는 영생으로 연결시키는 영적 성장을 위한 것임을 깨닫게 하여야 할 것이다.그러므로 누구나 인생에서 가장 최선의 행위는 잊어지지 않는 내 이웃에 대한 사랑과 실천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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