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만병통치약, 다 믿어도 되나?

2006-01-24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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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현(마운사이나 의대병원 항문대장 외과의사)

미국에 이민 온 한인들의 분주한 생활은 자칫 육체적·정신적 균형을 잃게 되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건강을 잃게 될 수 있다. 그리고 바쁜 생활을 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힘든 것 중의 하나가 규칙적이며 모든 영양가를 고르게 섭취할 수 있는 식생활이다.

그렇기 때문에 영양제 등의 식생활 보조제(Dietary Supplement) 등은 어느덧 집집마다 필수품이 되어버린 듯 하다.내가 접하게 된 이 식생활 보조제에 대한 이야기를 함께 나누며 몇가지 짚고 넘어가고 싶다.
올해 68세 된 한 친구의 아버지는 당뇨병과 십수년간의 투병 끝에 신장의 기능을 잃은 후 지난 2년 동안 일주일에 세번씩 혈관을 통한 투석을 받으며 신장이식수술을 기다리고 계셨다. 그러던 중 미네랄 제제를 주원료로 한 식생활 보조제가 신장기능 회복에 좋다는 선전문구를 보고
연락하여 물어보니 신장기능이 안 좋으면 더 많이, 오래동안 먹으면 된다는 터무니 없는 확신을 받으셨다.


어려운 병과 싸우는 모든 환자들이 그러하듯 친구의 아버지는 지푸라기라도 잡아보려는 마음에 그 보조제를 구입하였고 열심히 드셨다.
사흘 뒤 크래아티닌과 포타시엄 수치가 급증하여 거의 혼수상태로 발견되어 응급실로 실려갔고 응급투석 후에 다시 정신을 차릴 수가 있었다.
또 한 친구의 아버지는 현재 77세의 연세로 일찌기 중년부터 고혈압, 간질환으로 고생하던 분이다. 얼마 전, 그 분 댁에 들렸다가 현재 복용하고 계신 약들을 보여주겠다며 가지고 나온 소쿠리를 보고 적잖이 놀랐던 적이 있다.그 분은 주치의가 지어준 네 가지 약들 외에도 몇가지 종합비타민, 간에 좋다는 말에 사서 복용하기 시작한지 이미 오래된 약들, 일본말이라 읽을 수 없는 레이블의 약들, 환으로 지어진 한
약, 약을 많이 먹어야 해서 생기게 되는 변비와 소화불량을 돕는 약들까지 참으로 놀라운 숫자의 약을 섞어 먹고 계셨다.

확실하게 짚고 넘어가야 할 몇가지 사실이 있다. 우리가 통틀어 부르는 약에는 양약, 식생활 보조제, 그리고 한약이 있다. 양약들은 미국 식품의약품청(FDA)에서 그 약물의 화학적/생물학적
성격을 분석하고 수년간의 동물 실험으로 그 효과와 안정성을 인정받은 뒤, 다시 정해진 사람
들에 시험이 되는 기간을 가진 후에 비로소 환자들에게 사용할 수 있는 약으로 인정받을 수 있게 된다.

반면 식생활 보조제들은 어떠한 특정의 화학적/생화학적 물질이 신진대사에 문제를 일으킬 만큼 많이 들어있지 않고, 음식물에 가까운 양이 들어있기에 훨신 수월한 시험을 통해 그 사용이 허락된다.그리고 물론 한약은 그 나름대로 완전히 다른 원리에 의해 그 효과를 보는 것이다. 이 약들이(양약, 식생활보조제, 한약) 몸 속에서 섞이게 되면 어떤 성격을 띄게 되는지는, 또 인체에 어떤 영향을 보이게 되는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에 자칫 보약으로 먹은 약이 해가 될 수 있는 것이다.그렇다면 이 문제의 해결책은 간단하다. 병이 있어 치료를 받는 한인들은 양약이든 한약이든 한 방향을 택하고, 식생활 보조제는 이름 그대로 보조제이니 만큼 적당량을 취하는 것이 옳다.

오늘도 나는 접하는 미디어들에서 많은 종류의, 마치 만병통치약이라도 되는 듯한, 이름만 들어도 근사한 제품들의 광고들을 본다. 이러한 영양제들을 만드는 회사들은 충분한 연구를 통해 그 효과의 안전성을 인정받은 것이기를 바란다. 그리고 동시에 독자들에게 권하고 싶은 것은 이미 우리가 모두 너무나도 잘 알고 있음에도 지키기 힘든 것들이다.새로 맞이한 병술년 한 해의 건강은 금연, 금주, 적당한 운동, 충분한 수면, 그리고 규칙적인 식생활로 지켜봄이 어떨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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