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사설/바람직한 ‘이민법안 개정운동’

2006-01-24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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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하원을 통과한 새 이민법안의 내달 상원 처리를 앞두고 미국 각계에서 새 이민법안 개정운동이 일고 있어 그 귀추가 주목된다. 최근 미국 내의 반이민 기류를 반영한 새 이민법안은 불법체류자의 미국 입국을 강력히 저지하고 이미 미국 내에 체류하고 있는 서류미비자에 대한
고용주의 처벌규정을 강화함으로써 불법체류자를 근절하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

이 법안이 확정될 경우 불체자가 많은 소수민족 사회에는 큰 타격이 예상되므로 법안 확정 여부는 한인사회의 관심거리가 아닐 수 없다.
미국의 불법체류자 문제는 비단 오늘에만 있는 문제가 아니라 항상 미국의 골치거리로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미국보다 상대적으로 생활여건이 좋지 않은 나라에서는 미국 이민을 희망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민요건을 갖추지 못한 사람들이 불체자의 신분으로라도 미국에 살려고 하기
때문이다. 미국인들 가운데 일부는 이런 불체자가 미국인의 일자리를 빼앗고 범죄 등을 저질러 생활의 질을 떨어뜨린다고 비난하고 있다. 또 9.11 테러 이후 테러범의 유입을 막기 위해 불체자를 단속해야 한다는 주장이 강력히 대두했다.

그러나 테러범일수록 신분이 확실한 유학생 또는 여행자로 여권과 비자를 갖추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치안을 이유로 불체자를 막아야 한다는 주장은 근거가 희박하다고 할 수 있다. 과거에는 불체자들이 미국의 일자리를 빼앗고 사회적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주장이 통했으나 지금은 오히려 그 반대로 경제사회적으로 기여도가 크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불체자들이 미국 내에 저임금의 노동력을 공급하고 있으며 사회적 부담은 오히려 시민권을 가진 웰페어 수혜자들 때문에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불체자를 무조건 배척하는 것은 인도적인 측면에서도 바람직한 일이 아니라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이런 취지에서 이번에 벌어지고 있는 새 이민법안에 대한 개정운동에는 미국의 산업계, 노동계, 종교계가 함께 참가하고 있다. 호텔, 레스토랑, 토목건설업계와 라틴계, 유대계 등 소수민족단체, 가톨릭주교단이 함께 벌이고 있다. 이들은 불체자들에게 합법적 지위를 부여하는 방안을 마련해 줄 것을 상원에 요구하고 있다.불체자 문제는 한인사회에도 사활이 걸린 문제이다. 수많은 한인 불체자들의 생존은 물론 한인 비즈니스의 운명이 새 이민법안의 향방에 달려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도 새 이민법안 반대운동에 동참하여 불체자들을 살리는데 힘을 보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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