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칼럼/ 사람은 얼마나 성장해야 철이 들까

2006-01-21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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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욱(목회학박사)

사람은 얼마나 성장해야 철이 들까. 아마도 죽을 때까지 철이 들지 못하고 가는 수도 있을 게다. 철이란 무엇인가. 무언가, 깨달음을 통한 삶속의 좋은 행함이라 할 수 있을 런지. 사람은 태어나 엄마의 품에서 자라다 아장아장 기어 다니고 그 다음 걸어 다니다 유치원과 초등학교에
들어가고 계속 학교를 다니면서 천천히 자라가게 된다.
수많은 동물 중에 사람만큼 느리게 성장하는 것도 없다고 한다. 한 사람의 독립하는 연령은 보통 18세에서 20세 사이일 것이다. 이 말은 한 사람이 자신의 앞가림을 할 수 있으려면 태어나 18년 혹은 20년이 경과해야 한다는 말이다. 송아지나 망아지 같으면 태어나자마자 걷고 1년
만 지나면 무척 커버리는데 사람은 그렇지가 못하다. 이래서 철이 늦게 드는 걸까.

투표권이 주어지는 등 성년이 되어 술이나 담배를 법적으로 살 수 있는 성인 연령을 18세에서 20세사이라 치자. 20세가 되었다고 “나는 부모로부터 독립된 한 사람이다”며 부모의 그늘을 떠나 활개치고 세상을 살아갈 청년들이 세상에 몇이나 될까. 이렇게 보면 한 사람의 독립 연령
은 법적 연령에 관계없이 대학을 졸업할 무렵의 나이와 상관있다고 볼 수 있겠다. 대학을 졸업하는 연령은 보통 22세에서 25세다. 한국에 사는 남자 같은 경우는 국방의 의무인 병역을 2년에서 3년 정도 필해야 하니 독립연령은 더 길어질 수도 있다. 물론 고등학교를 나와 바로 독립하는 사람도 있지만 한 사람이 부모의 도움으로부터 확실히 벗어나 독립하려면 약 20년에서 25년 정도의 시간이 지나야 함을 말한다.


이렇듯 긴 세월 동안 부모가 자식을 키우고 교육시키어 직장을 갖게 하여 한 사람의 독립된 사회인으로 성장시켰다고 그 자식들이 진정한 독립인이라 할 수 있을까. 아니다. 결혼이 남았다. 싱글로도 잘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지만, 한 남자와 한 여자의 결합인 결혼을 통하여 한 가정을
이루고 살 때 그들을 진정 독립된 사람들로 볼 수도 있을 게다.
이토록 더디게 성장하여 한 가정을 이룬 사회인으로서 경제적 수입을 가지며 독립인으로서 살아가게 될 때까지, 사람은 수많은 시간과 세월을 필요로 한다. 이렇게 계산하는 것조차도 한 사람이 정상적으로 태어나 정상적인 가정에서 교육받고 정상적으로 직업을 갖고 좋은 만남을 통
해 가정을 이루었을 때 되어진다는 말이지 다 그렇지만도 않다.
미국에서의 은퇴 연령은 65세에서 66세로 본다. 나라가 거두어들인 사회보장세금이 다시 복지정책의 일환으로 개인에게 환원되는 나이가 65세에서 66세니 그렇게 볼 수 있다.

환원되는 사회보장혜택기금은 66세부터는 100% 나오지만 65세 이하로 조기 은퇴할 경우엔 60%내지 70%밖에는 나오지 않는다.25년 정도 성장하여 겨우 독립된 한 사람으로 한 가정을 이루어 살게 된 사람들은 30년에서 약 40년간 계속되는 삶의 투쟁 속에서 먹고살기에 바빠 이렇다 할 여유를 갖지 못하게 된다. 그냥만 사는 게 아니다. 자식을 낳아 키우고 독립시켜 주려 너무 바쁘게 살다 보니 욕심을 버릴 시간이 없었다는 얘기도 될 수 있다. 철이 든다는 말은 모든 것을 관용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넓은 마음이 되는 상황이 아닐까. 세상을 살다보면 작은 일도 있고 큰일도 있는데 작은 일 가지고 서로 마음 아프게 싸우지 말고 그냥 넘어갈 수 있는 아량을 가질 때 철이 들었다고도 할 수 있을 게다. 철이 들었다는 말은 모든 것을 실수 하지 않고 유연하게 잘 처리해 나갈 때도 사용할 수 있겠다.

이 세상을 떠나야 할 준비를 사심 없이 할 수 있는 마음가짐을 가질 때도 철이 들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나이 들수록 자신의 태어남과 삶과 죽음을 더 생각하게 되는 것은 그만큼 세상을 살아보았다는 증거이고 살아온 날 보다 남은 날이 짧게 남았을 때 가져볼 수 있는 생각일 것이다. 말을 바꾸면 나이 들수록 욕심을 버리는 삶 쪽으로 가는 것이 철들어가는 증거일 게다. 자신이 아닌 상대방의 형편에서 이해해 보려고 노력하는 사람. 피스 메이커가 되려고 하는 사람. 눈에 띠지 않게 어려운 사람들을 많이 도우려는 사람. 옳고 그름을 확실히 알고 바른 길로만 가려고 하는 사람. 한 푼이라도 저축하여 가족과 이웃을 위해 쓰려고 하는 사람 등등. 물질엔 여유 없더라도 마음에 여유를 가지며 하늘을 바라보며 살려하는 사람들이 철 들은 사람들이 아닐는지. 20여 년이 되어야 한 사람으로 바로 설 수 있는 인간. 이것도 경제적인 것에 국한될 수 있다. 어쩌면 죽을 때가 되어도 철이 못 드는 인간들. 욕심을 버리지 못한 사람들일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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