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제 그만했으면

2006-01-21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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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철(롱아일랜드)

황우석이라는 사람에 대하여는 몇 마디의 말로써는 표현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한심하고 어이없고 가증스럽다고 말해서 지나치지 않는다고 생각된다.몇년 전에 그가 최초로 줄기세포를 성공적으로 배양해 앞으로 현대의학에 놀라운 혁명이 일어나게 됐다는 보도가 전해졌을 때 세계 사람들이, 특히 한국인들의 가슴이 벅차 올랐음은 재론의 여지가 없는 일이다.
그 후 정부를 위시하여 사회 전체가 그의 연구를 물심 양면으로 후원하면서 삽시간에 그를 현대 과학의 황제로 떠받들게 되었는다. 그 엄청난 인류의 꿈이 한낱 일장의 춘몽과 같이 되고 말았으니 사람들의 허탈함과 배신감과 분노를 어찌 말로 다 표현할 수가 있었겠는가!

나 자신도 현대 의학이 속수무책으로 어쩌지 못하는 지병이 있어 평생을 병에 시달리면서 살아야 함을 애태우다가 황교수의 줄기세포 개발에 희망을 걸고 은근히 기대해 왔었다. 그런데 그 모든 것들이 조작과 허위였다는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에 그만 실망과 함께 분노를 금치 못했던
것이다.그리고나서 모든 허위와 조작극이 속속 파헤쳐지면서 백일하에 폭로되어 급기야는 서울대학교 조사팀이 구성되어 조작극의 자초지종을 샅샅이 밝혀냈다. 또한 이제부터는 검찰의 손에 넘어가 그 죄목들을 검색하게 되었다.그러는 동안에 많은 사람들이 황교수를 규탄하고 질타하면서 엄벌에 처해야 한다는 여러 가지의 글을 신문에 연일 싣게 되었다.이제 이 시점에서 우리의 감정을 냉각시키면서 이 문제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 것인가를 한번쯤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벌써 몇달 째 황교수에 대하여 비난하고 질책하는 글들이 꼬리를 물고 그칠줄 모르는 가운데 연일 신문 독자란에 게재되니 지겹게 여겨진다.
무슨 말로 어떻게 황교수를 질책해야 할 것인지 말이 부족할 지경이다. 극단의 말을 한다고 해서 그가 저지른 엄청난 죄악이 없어진다거나 용서되지는 못하리라 생각한다.그도 사람인 이상 최소한의 양심은 있을 터, 자신이 저지른 일에 대하여 뉘우침이 어찌 전혀 없겠는가? 그러한 가운데 그에 대한 규탄의 소리가 끊이지 않을 것 같으면 그의 감정이 역으로 작용하여 반감을 가질 수도 있지 않겠는가?

“듣기 좋은 콧노래도 한두번”이라는 옛말도 있는데, 아무리 옳은 소리라 해도 정도에 지나칠 것 같으면 오히려 역효과가 나타날 수도 있고, 또 황우석이라는 이름만 들어도 기분이 상하고 신문에서 그의 이름이 활자가 되어 찍힌 것만 보아도 구토증이 나니 이제 이 쯤에서 그에 대한 글들을 당분간 쓰지 않았으면 한다.세월이 약이라 했으니 다 함께 자중하면서 일의 귀추를 조용히 지켜 보았으면 한다.공적으로 책임을 지고 저질러진 일을 처리하여 매듭지을 사람들이 따로 있으니 말이다.인간 역사에 어찌 좋은 일만 있기를 바라겠는가?
때로는 본의 아니게 나쁜 일도 있으나 일 처리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생각 밖에 좋은 일이 나타날 수도 있는 것이기에 ‘전화위복’이라는 말도 있다고 본다.원치 않는 일을 당했지만 그 일을 긍정적으로 처리할 것 같으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도 있다고 본다. 이는 결코 황교수를 감싸거나 두둔해서 하는 말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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