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가정이 깨지면 교육도 깨진다

2006-01-23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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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희(뉴욕시 교육국 학부모 코디네이터)

학교에서 문제아로 떠오르는 학생들의 가정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가정에 문제가 있는 경우가 많다. 초등학교 다닐 때는 부모가 시키는대로 순종하던 아이들도 중학교에 들어와 사춘기를 겪노라면 집에서 발산할 수 없는 모든 불만과 스트레스를 학교에서 해소할 때도 있다. 친구들과 싸우기도 하고 수업시간에는 말을 너무 많이 해서 교사의 수업을 방해하기도 하고 웃기는 얘기와 남의 주의를 끄는 욕설이나 교사에게 무례한 태도를 보임으로 동급생 친구들에게 어리석은 인정을 받으려고도 한다.

문제의 학생들과 대화를 해보면 처음에는 입을 잘 열지 않다가도 “학교 다니면서 여러가지로 힘들지?” 하고 따뜻한 말로 위로하면 금새 눈물을 펑펑 흘리며 마음을 연다. 가정 사정을 물어보면 속에 있던 모든 설움과 가정이 깨진 것이 자기 잘못인 것 같다는 아이도 있다. 부모들
의 결정에 의해서 환경이 바뀌고 그 후유증으로 약해진 자기 모습을 문제아로 포장해서 극복해 나가는 과정은 자식을 가진 부모로써 많은 것을 느끼게 한다.한번 비뚤어진 학생은 오랜 시간 방황과 혼란과 결석과 낙제와 학교에서 싸움과 여러 악순환을 거쳐 정상으로 돌아오는데는 많은 시간을 허비하게 된다.


대학에 가는 시기를 놓쳐버릴 때도 있고 인생 지각생이지만 나중에 뉘우치고 청소년들을 위해 봉사하는 훌륭한 실전을 겪은 좋은 선배가 되기도 하고 뒤늦게 공부 열심히 해서 대학에 진학하기도 한다.가정은 울타리다. 아무리 나쁜 친구와 폭력과 범죄나 모든 유혹이 와도 가정이라는 사랑의 울타리 안에 있으면 그 사랑의 소중함을 알기 때문에 부모가 타이르면 금새 돌아온다. 하지만 가정이 깨지고 부모에게 받아야 할 사랑과 후원과 보호와 격려와 꾸중을 받지 못하면 자기를 귀중히 여기고 학업에 충실하기 보다는 나쁜 유혹에 빠져 중요한 청소년기를 허비하고 본인이 깨달았을 때는 이미 늦어버린 경우도 많다.내가 귀중하고 사랑받는 존재라는 것을 느끼는 자녀는 자신의 미래를 위해 노력한다.

헤어진 남편과 아내에 대한 불평과 저주를 아이들 앞에서 서슴없이 하는 어른 밑에서 자란 자녀는 자기 자신을 비롯한 부모에 대한 신뢰도 없어지고 자신을 소홀히 여겨 마약이나 담배나 술의 유혹에 쉽게 넘어가고 이성관계에도 일찍 눈을 뜨게 된다.그렇지만 관심을 갖고 꾸준한 지도와 사랑을 주면 어느새 번듯한 상급 학생들로 성장한다. 언제 그랬었냐는 듯이.오늘도 이 말썽꾸러기들에 소망을 갖고 컴컴한 새벽, 기도를 하기 위해 달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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