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사학법의 투명성을 반대하는 야당

2006-01-19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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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율(교육학박사)

사학법이 통과된 이후 한나라당은 극렬한 반대를 하며 심지어 등원을 거부하고 있는 상태이다. 당수는 장외투쟁을 선언하고 거기에 당의 사활을 건 것처럼 행동하고 있다. 사학법이 과연 학교 교육의 장래, 그리고 나아가서는 국가의 기간을 흔들만큼 중대한 법인가 의문이 간다.사학법의 주요골자는 개방형 이사제도의 도입이다. 현행법은 이사장(거의 재단 설립자)이 실질적으로 이사들을 임명하여 왔다. 개정법에 따르면 중·고등학교의 경우 학교 운영위원회(학부모와 교사)가,그리고 대학의 경우 대학 평의원회가 전체 이사의 1/4을 2배수 하여 추천하면 이사장이 1명을 선임하게 되어 있다. 그리고 친족 이사의 비율을 1/3에서 1/4로 줄였고 감사의 경우 정수 2명 중 1명을 학교 구성원이 추천하도록 되어 있다.

개정법의 골자는 이사장 독주의 이사회에 학부모 및 교사 그리고 교수 참여의 길을 열자는 것이다. 정부가 사학에 이같은 법을 강요하게 된 배경은 설명하지 않아도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8.15 광복 후 수많은 사학들이 미비한 시설을 가지고 설립되었다. 재단의 재정 기여가 거의 없는 상태에서 학생들이 지불하는 수업료가 학교 운영의 자금이 되어 왔다. 학생 수가 수입이라는 공식에 각 사학들은 정원 수 늘리기에 급급하였고 학생의 돈으로 학교를 증축해 나갔다. 설립자들은 심지어 학교 재정을 사유화하여 소위 학교 재벌이 나타나게까지 된 것이다. 그들은 사학재단을 독점하기 위하여 설립자를 중심으로 친인척 이사, 그리고 감사를 임명해 온 것이다.


선진 외국에서는 개방형 이사 제도가 당연한 것으로 간주되고 있다. 이런 극히 합리적이라 할 수 있는 법을 야당은 사유재산권, 학교의 자주성, 교권의 침해를 들고 반대하고 있다. 그들은 사학이 사유재산이란 개념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사학은 이익을 추구하는 법인체와 달리 비
영리 공교육기관이다. 누가 그 주제가 되든 설립과 동시에 공공재산으로 사회에 봉헌되며 사유
재산도, 기업도 아닌 것이다.
또한 한나라당은 개방형 이사 제도는 전교조와 같은 과격세력이 학교 운영을 지배하며 교육을
좌경화시켜 건학 이념과 동시에 국가의 근본 틀을 무너뜨릴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사의 반수도 안되는 1/4의 수를 복수 추천하여 이사장이 임명하는데 이런 염려는 기우에 지나지 않는다고 본다. 더욱이 자녀들의 교육이 최대 관심사인 학부모는 급진세력이 아니며 전교조를 견제할 것이다. 대학 평의회의 참여를 우려한다면 그것은 대학 교육 자체가 위험
한 것이라고 보는 것과 같은 것이다.

학교 운영을 조금이라도 투명하게 하기 위한 최소한의 이 법을 반대하는 저의가 의심스럽다. 외국에서는 인터넷 학교 소개에 이사들의 사진과 약력이 자랑스럽게 소개되어 있다. 그 반면 한국의 사학은 몇 곳 외에는 이사들의 프로필을 찾아볼 수가 없다.부부가 이사장, 총장을 번갈아 하며 자녀들에게 세습을 도모하는 전근대적 습관이 아직도 존재하고 있는 실정이다. 선진국에서는 볼 수도 없는 친인척 이사의 숫자를 제한하는 법이 존재하고 있다는 자체가 부끄러운 일이다.한국 사학의 역사는 이제 반 세기가 지났다. 학교 스스로가 체질을 개선할 때가 된 것이다. 이런 실정을 알면서도 사학법을 반대한다면 그 숨은 의도는 경영자의 이익이나 기득권을 보호하는데 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야당은 사학법을 반대하기에 앞서 한국 대학들이 왜 세계 대학 랭킹에서 현저히 떨어지고 있는가를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그 한 이유는 학교 재단이 재정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권한만 주장하기 때문인 것이다. 선진국 일류 대학들은 수업료가 학교 예산의 1/3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번 통과된 사학법은 완전 개방형은 아니나 폐쇄적인 재단을 개선하고 투명한 학교 운영을 통해 교육의 질을 높이는 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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