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칼럼/높이만 보면 머리를 쉬게 할 수 없다

2006-01-14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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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욱(목회학박사)
칼럼 독자로부터 전화가 걸려와 상당히 어려움을 받고 있다고 전해 왔다. 그러면서 어떻게 이 고충을 피해 갈 수 없냐고 상담해 왔다. 나는 어려움이 어떤 것이냐고 물었다. ‘정신적인 고충’이라고 했다. 정신적인 고충이란 내용에 더 이상 캐어묻지는 않았다. 독자는 이런 상황에서
칼럼을 쓰고 있는 내가 넘어가는 방법을 알고 싶다고 질문했다.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정신적인 고충이 어떤 것인지는 몰라도 정신적인 고충만 있다면 오히려 감사해야 한다. 감사해야 할 이유는 현재 이 세상엔 수많은 사람들이 질병으로 인해 병원에서 고통 중에 있다. 육체적인 고통이다. 하지만 육체가 아프면 정신적 고통도 수반된다. 질병이
없는 건강한 상태로 정신적인 고충만 있다면 그 하나만으로도 감사해야 한다”고.

사람들은 때때로 자신의 건강함을 잊어버리고 살 때가 많다. 세상에 태어나 한 번도 병을 앓아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 병을 앓아 본 사람들은 육체적 고통이 얼마나 참기 힘들다는 것을 체험했을 것이다. 병이 있을 당시 맛보았던 육체적 고통으로 인해 다시는 병이 들지 않도록 건강을 유지하자 해 놓고는 또 잊어버리는 것이 사람이다. 감사의 조건 제 1번은 ‘현재의 건강’을 꼽을 수 있다. 아무리 돈이 산더미처럼 많다 해도 건강을 잃으면 이 돈은 모두 다 휴지조각처럼 변해 버릴 수 있다. 자신의 육체에 어떤 큰 병 없
이 하루하루 일상생활을 유지해 나갈 수 있다고 한다면 그것 보다 더 감사한 일은 없음에도 사람들은 그 사실을 잊어버리고 조그만 일로 불평불만을 한다. 사람이 사는 일상이란 시시콜콜한 일에서부터 시작해 아주 중대한 문제까지도 대두된다. 이런 일상을 살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길 것은 가치판단이 바로 서야 한다는 것이다. 가치판단이 어그러지면 일상 자체가 뒤틀릴 수 있다. 일상 자체가 뒤틀리면 일생이 뒤틀릴 수 있다. 가치판단을 어그러지지 않게 하려면 큰 그림을 그릴 줄 알아야 한다.

그 큰 그림 중에도 ‘현재의 건강’은 제 1번으로 그려진다. 사람은 태어나고 살다가 죽는다. 별 큰일을 당하지 않는 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거의 같은 생을 살다가 가게 된다. 그런데 이 한 평생을 살다가는 중, 가장 큰 그림의 행복중 하나는 잔 병 없이 건강하게 살다가 수명이 다할
때에 가는 것이다. 이 말을 다른 말로 표현하면 무병장수(無病長壽)라 할 수 있겠다.감사의 조건 제 2번은 ‘현재의 직장’을 꼽을 수 있다. 직장이란 월급봉투를 받는 직원의 의미로서의 직장만은 아니다. 자신이 사업체를 경영할 때, 그 사업체를 운영하는 사장도 그 사업체가 직장이 될 수 있음을 말한다. 이 말의 감사의 조건 2번은 현재 백수가 아니고 적은 액수
든 큰 액수든 벌이를 하고 있다함을 뜻한다. 나에게 질문해 온 그 독자는 사업을 하고 있다 했다. 그러니 그 분의 입장에서는 질병 없이 건
강하고 사업체란 직장도 갖고 있으니 감사의 조건 1번과 2번이 충족된 상태다. 정신적인 고충을 이겨낼 만한 큰 그림 두 개를 그릴 수 있다. 정신적 고충이 어떤 것인지는 몰라도 감사의 조건 1번과 2번만 충족되어도 그 사람은 행복한 사람 속에 포함될 수 있다. 사람에게서 비교의식을 빼어 버린다면 그 사람은 바보처럼 변해 버릴 것이다. 비교의식을 통해
사람은 자신을 점검하고 보다 낳은 생을 살기 위해 노력도 하게 될 것. 그렇지 않고 나와 남을 똑같이 생각한다면 발전도 개발도 있을 수 없을 것이다. 항상 사람은 나보다 나은 사람에게 좋은 것을 본받고 나 보다 못한 사람에게서도 그 못함을 거울삼아 자신을 향상시켜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이 비교의식이 긍정적으로 쓰여 질 때는 자신을 더욱 발전시키지만 그렇지 못하고 부정적으로 작용하면 매사 불평불만으로 삶을 가득 채울 수가 있게 돼 평생을 불행하게 살아갈 수도 있다. 삶을 즐겁게 행복하게 사는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는 남과 비교하지 않고 자기 멋으로 자기 맛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초연함을 익히는 것도 있을 수 있다.사람은 누구에게나 고충이 있을 수 있다. 그 고충이 질병으로 인한 고충만 아니더라도 행복할 수 있다. 그 고충이 백수의 고충만 아니더라도 행복할 수 있다. 정신적인 고충을 낮게 평가해서가 아니다. 때론, 사람들은 비교의식을 통해 자신의 삶의 윤택함을 인정할 필요도 있다. 높이만 보면 머리를 쉬게 할 수 없다. 아래를 내려다 볼 줄 알 때 사람의 머리는 쉼을 얻게 된다. 세상에서 가장 풍요롭다고 하는 미국에 살면서 질병 없이, 백수 아니게 살아갈 수 있다는 것 하나
만이라도 감사의 충분조건에 행복한 삶을 살아간다고 한다면 틀린 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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