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공부합시다

2006-01-13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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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은(취재2부 차장대우)

초등학교에 갓 입학한 아들을 둔 한 친구가 어느 날 “집에서 한국어만 하고 자란 아들이 학교에 입학하면 영어를 못할까봐 크게 걱정했는데 겨우 초등 1학년이지만 이제는 한국어 교육이 걱정돼 큰일”이라고 푸념했다.

1.5세인 자신에 비해 상대적으로 영어가 약한 1세 남편이 날이 갈수록 아들과 대화하는 시간이 줄어들고 있는 것도 마음 쓰인다고 했다.
학교 영어수업에 빠르게 적응하는 아들이 한국어 대화를 점점 귀찮게 여기다보니 자연스레 아빠와의 대화를 멀리하고 있고 겨우 토요 한국학교에 보내고는 있지만 아들이 도통 흥미를 느끼지 않는다며 걱정을 늘어놓았다.
그러고 보면 부모와의 관계가 원만치 못한 한인 청소년들이 상상외로 너무나 많고 가장 큰 원인은 바로 부모와 자녀 사이에 존재하는 언어적 장벽 때문이라는 뉴욕 어느 명문고교의 한 학생상담교사의 말도 과장은 아닌 듯하다.


한국어로 말하는 부모에게 영어로 대답하는 자녀들이 기초적인 일상의 대화는 그럭저럭 한국어와 영어를 섞어가며 주고받을 수 있다 하더라도 실질적으로 깊이 있는 마음의 대화를 주고받기에는 뚜렷한 한계가 존재한다는 것. 이는 특히 청소년들이 사춘기를 지나면서 부모와 갈등의 골을 더욱 깊게 만드는 원인으로 작용한다고 상담교사는 지적했다. 게다가 한인부모들은 한국적 권위의식까지 지니고 있어 자녀들을 독립된 인격체로 대하기보다는 자신들의 소유물인 것처럼 여기는 태도도 지니고 있어 마치 불난데 기름을 붓는 것과 같은 결과만 초래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많은 1세 부모들은 자녀와의 대화 복구에 그다지 열성적이지 않을 뿐 아니라 한국어 교육의 중요성도 크게 인식하지 못하는 듯하다. 학교 시험성적이나 아이비리그 대학 진학이 아무리 중요하다 해도 자녀가 훌륭한 인격체로 성장해 나가는 것보다 더 중요할 수는 없는 일이다. 또한 이를 위한 초석은 부모와 자녀의 올바른 관계에서부터 출발하며 이는 서로간의 대화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라는 점도 기억해야 할 것
이다. 아무쪼록 1세 부모는 영어 공부에, 1.5·2세 자녀들은 한국어 공부에 더욱 힘쓰며 서로에게 한걸음씩 더 다가가기 위해 노력하는 한해가 되길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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