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개띠 해에 단행된 개각

2006-01-12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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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오(우드사이드)

개띠 해 벽두에 벌어진 개각 때문에 국민들은 뒤통수를 얻어맞은 기분이다. 마치 개에게 먹이를 주려고 개장(개집) 옆으로 갔다가 졸지에 재수없이 개한테 물려버린 그런 기분이다.대통령 노무현(이하 MH)은 지난해 말 청와대 출입기자단과의 만찬에서 언론과의 불편한 관계를 청산하고 “내년부터는 창조적 대안을 통한 통합의 사회를 만들자”고 했다. 그는 대통령
당선 후 국회를 방문한 자리에서 대화와 타협을 역설했고 대국민 방송에선 토론정치를 정착시켜 국민 대통합을 이루자고 했다.

그러나 이것들은 한낱 미사려구(美辭麗句)였지 사실은 ‘아니올시다’였다. MH는 언필칭 대화를 통한 국민 대통합을 외쳤지 이를 위한 정책을 편 적이 있었는가?그동안 대연정, 소연정, 지역감정 해소를 위한 선거법 개정 등 국민 대통합을 코에 걸고 짐짓 ‘제스처’를 썼으나 속내는 정권 재창출에 목적이 있는 불순한 동기가 도사리고 있었다는 사실을 부정하지는 못하리라.이번 개각만 해도 그렇다. 국민 통합 차원은 커녕 여당과의 조율도 없이 입각시켜버리자 국민들의 반응이 냉랭해지고 여당 내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커지니까 MH는 미리 계산된 순서에 의해 유시민(이하 SM)이라는 ‘히든 카드’로 일거에 반대론자들의 입을 막아 버렸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MH는 특유의 오만, 독선, 아집, 오기로 막가파 식으로 매사를 밀어부치는 천상천하 유아독존 식의 정치 스타일이 문제인 것이다. 시거든 떫지나 말지 ‘코드’인사(통일, 산자 등), 논공행상(노동,복지 등)도 문제인데 설상가상으로 막가파식 인사 스타일까지
겹치니 이 나라가 앞으로 어디로 흘러갈지 큰 걱정이다.이것이 21세기에 와 있다는 대통령의 수준인가? 오죽하면 ‘음흉스럽고 고집스런’이란 뜻의 ‘음현스럽다’라는 신조어까지 생겨 났겠는가.

민주 정치란 여론정치다. 훌륭한 지도자는 여론을 수렴할 줄 아는 사람이라는 것 뜸은 삼척동자도 알고 있다. 그런데 그런 여론정치를 무시하고 여론의 소재 파악도 못하는 우리의 지도자 MH는 언제까지 이런 식으로 이 나라를 끌고 갈 것인가?오류를 오류로 인식하지 못하는 지도자, 내가 대통령이라는 권위의식의 화신, 내가 하면 선이요 정의이고 남이 하면 악이요 불의라는 이분법적 논리 맹신자, 충복, 심복 외에는 아무도 믿지 못
하는 불신 신봉자, 이런 것들만이 온통 머리 속에 차 있으니 대화와 타협, 상부상조가 이루어질 리가 있겠는가?

MH는 언제까지 이런 사고방식으로 맹노(盲盧)파, 아니 광노(狂盧)파들만을 감싸고 돌 것인가? 지금 MH는 김근태(전 복지), 정동영(전 통일)의 향배가 의심스러우니까 다시 유시민(SM)을 길러 차기 대권 후보로 써먹으려고 거센 반대도 무릅쓰고 밀어부쳤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다 알고 있는, 비밀 아닌 비밀이다.부탁하건대, 장관 자리는 대권 후보를 길러내는 자리가 아니라 고도의 전문성과 융화성을 필요로 하는 자리라는 것을 염두에 두고 두번 다시 그런 일이 없도록 유념해 줄 것을 부탁한다. 아울러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국회법도 개정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국회의원이 각료에 임명되었다가 그 직에서 물러나면 다시 국회로 돌아가는데 그 직에서 물러나면 국회가 아닌 자연인으로 돌아가도록 법 개정을 하라는 말이다. 그래야만 개각 때만 되면 전화기를 머리맡에 놓고 청와대만을 바라보는 꼴불견 의원도 없어질 것이고 각료직도 물러나면 그만이니까 재직하는 동안 혼신의 힘을 쏟아 일을 할 것이 아닌가.

“장관직에서 물러나면 다시 국회로 가면 되지” 하는 안이한 생각이 본인은 물론 국가적으로도 큰 손해를 끼친다. 끝으로 다시한번 부탁드린다. 제발 코드 인사, 측근정치에서 탈피하여 정통 민주정치를 해줄 것
을 새삼 부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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