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평범해도 좋다, 열심히만 살아다오”

2006-01-11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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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원(취재1부 차장)

불과 한 달 전까지만 해도 한국민의 영웅으로 떠올랐던 황우석 교수가 하루아침에 대한민국 건국 이래 최대 사기꾼으로 전락한 사례를 보며 대박 시대가 초래한 안타까운 현실을 떨쳐 버릴 수가 없다.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땅값과 어마어마한 크기의 빌보드 광고로 서민들을 유혹하는 복권의 잭팟 액수를 보고 있노라면 ‘요행을 바라지 않고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은 과연 바보처럼 사는건가’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지난해 황 교수가 한국 언론에서 ‘뜨기’ 시작했을 때 솔직히 기자는 ‘과학자가 왜 저렇게 미디어의 스팟라이트를 좋아할까’라는 생각을 했다. 개인의 영달이 아닌 인류와 사회의 발전을 위해 연구하는 사람이 마치 스타라도 되듯이 연일 톱 뉴스거리로 취급한 한국의 언론도 잘못이지만 그와 같은 관심을 두 팔을 모두 벌려 받아들인 황 교수는 분명 과학자라는 직업의 정의(定義)를 깨닫지 못했다고 본다. 단계와 절차 보다는 오로지 결과만 중요시 여기는 ‘대박의 시대’는 황 교수의 줄기세포 발표 이후 그를 무조건 받들어 모셨다.

2년 전에는 황우석 교수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도 모르다가 지난해 그의 줄기세포 배양 기사를 접한 뒤 자녀들에게 ‘황 교수처럼 훌륭한 사람이 되라’고 말한 한인 부모들이 상당수에 달했으리라 짐작이 간다. 이들 부모 중 대부분이 자녀들에게 ‘황 교수를 닮아라’라고 얘기 한 것은 그가 자신에게 주어진 일, 즉 연구를 충실히 했기 때문 보다는 국민의 영웅으로 ‘떴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영웅은 하루아침에 결코 만들어지지 않는다. 이솝이 ‘토끼와 거북이’라는 우화를 통해서 우리에게 깨우쳐 줬듯이 자신에게 주어진 하루하루를 성실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야말로 사회의 진정한 승자이자 영웅이라고 굳게 믿고 싶다.

동이 틀 무렵 잠에서 깨어나 오늘 하루 매상을 위해 연중무휴 몸으로 뛰는 한인 1세들이 더욱 존경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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