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김범수의 선교하는 삶 수잔, 파이팅!

2006-01-09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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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도 부모님 옆에서 막일 도우며
어렵게 학교를 다녔습니다.
여러분! 싸우기를 좋아합니까?
변호사가 되세요. 꿈을 가지세요.
미래는 꿈의 크기만큼 이루어집니다 ”

마이클 잭슨 케이스를 승리로 이끌어 더욱 유명해진 수잔 유 변호사가 다음 달, 흑인 커뮤니티가 수여하는 인권 봉사상을 수상한다.
그녀는 여섯 살 때 부모를 따라 이민 온 한인 1.5세대이다. 잭슨 케이스의 최종 판결이 있던 날, 전 세계에서 모인 1만여명의 기자단은 젊고 아름다운 이 아시안 여성 변호사에게 초점을 맞추었는데 수잔은 그 동안 많이 유창해진 한국말로 내게 말했다. “범수 형! 각국 언론사로부터 인터뷰 요청이 있었을 때 한국 언론에 가장 먼저 응했어. 그 다음에 미국 TV에 인터뷰했지. 왜냐구? 나 한국 사람이잖아?”
처음 이민을 왔을 때 백인 아이들은 그녀를 ‘칭크’라고 놀렸다. 함께 있던 수잔의 언니는 빙 둘러싼 애들을 향해 “덤벼라!” 소리쳤다. 누구와도 싸워본 적이 없는 우등생 소녀를 향해 주먹 쥔 백인 애들이 우르르 달려들었고 언니는 맨 앞에 오는 아이에게 힘껏 일격을 가했는데 그 아이가 땅바닥에 쓰러지고 말았다. “그 다음부터는 애들이 우리만 지나가면 태권도 챔피언! 하면서 줄줄 따라붙더라구.”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수잔의 성격에 꼭 맞는 사건이었다.
몇 년 후, 부모님의 사업이 점점 커지면서 수잔도 부유층 자녀들이 주로 가는 상급학교에 들어갔다. 어느 날 수업시간에 선생님이 ‘황인종들의 문화는 배울 필요조차 없다’고 말하는 것을 듣고 수잔은 그 길로 교장실에 찾아갔다. 학교측에서는 이 일이 크게 번질까 두려워 어린 수잔을 달래려 했지만 그녀는 교장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그 선생님이 학교 신문에 공식적으로 사과할 것을 요구합니다.” 결국 그 후, 수잔은 정식으로 교내 ‘국제문화 클럽’을 만들어 전교생에게 아시아 문화를 적극적으로 알리고 공부하게 했으며 그 모임은 20여년이 지난 오늘까지 그 학교의 가장 활발한 문화 서클로 자리잡고 있다.
한번은 그녀가 에세이 점수에 D-를 받았다. 우등생 수잔에게는 큰 충격이었다. 그녀는 밤을 새워 에세이를 다시 썼다. 참고서적을 뒤지고 교과서를 복습하며 요점을 새로 파악하는 작업을 했다. 그리고 선생님께 제출했다. 이번엔 A를 받겠지. 돌려 받은 성적표에는 D+가 적혀 있었다. 수잔은 선생님을 찾아갔다. “제가 무엇을 고치면 좋을지 가르쳐 주십시오. 저를 도와주세요.” 그러자 선생님은 비웃는 표정으로 말했다. “나는 너의 개인교사가 아니다.” 수잔은 다시 고쳐 썼다. 이번엔 C-가 나왔다. 다시 고쳐 썼다. C+였다. 수잔은 포기하지 않고 또 다시, 또 다시… 그 학기가 다 가도록 다시 썼다. 선생님이 마침내 두 손을 들었다. 학기말 성적표에는 A라는 글자가 씌어져 있었다. ‘도전’은 그녀가 가장 사랑하는 말이다.
그녀는 지금 쏟아져 들어오는 의뢰사건 외에도 하버드로, 버클리로, 초청 강연에 눈코 뜰 새가 없다. 바쁜 일정 중에도 얼마 전에는 이민자녀들이 많은 도심의 한 공립 중학교를 찾아 ‘꿈을 가지라’는 제목의 스피치를 했다.
“나도 부모님 옆에서 막일을 도우며 어렵게 학교를 다녔습니다. 여러분! 싸우기를 좋아합니까? 변호사가 되세요. 꿈을 가지세요. 미래는 꿈의 크기만큼 이루어집니다.”
그녀가 지난주 한인들을 위한 무료 법률상담실을 오픈했다. 진정한 용기, 참된 겸손을 위해 서라면 절대 물러서지 않는 그녀의 정의가 풍성히 열매 맺기를 기대한다.


<치과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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