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감동있는 수수께끼

2006-01-07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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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수(취재1부 부장대우)

‘세 형제인데 모두 다르게 생겼다. 그런데 구별해서 보려고 하면 하나는 다른 둘과 똑같아 보인다. 첫째는 집으로 돌아오는 참이고 둘째는 집을 나갔다. 셋 가운데 막내 셋째만이 있다. 셋째가 없으면 다른 두 형도 없다. 셋째는 정작 첫째가 둘째로 변해야만 있을 수 있다…’
잘 알려진 독일작가 미하엘 엔데가 쓴 소설 ‘모모’에서 호라 박사가 모모에게 낸 시간을 정답으로 한 수수께끼 질문이다. 시간의 과거, 현재, 미래를 세 형제로 비유한 것이다.

‘리듬, 운율, 가사도 없습니다. 그러나 언제나 들어도 지루하지 않고 기대되고 호기심을 불러일으킵니다, 무엇입니까’ 뉴저지 팰리세이드교회 최정훈 목사의 지난달 설교 중 낸 노크란 정답에 대한 수수께끼 질문이다.
‘시간’과 ‘노크’는 우리 생활과 뗄 수 없는 밀접한 관계에 있다. 그래서인지 신년들어 이 두 수수께끼에 대한 중요성이 새삼 중요하게 가슴에 다가온다.시간은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것이지만 주인에 따라 달리 사용된다. 그리고 많은 사건과 만남들이 노크를 통해서 이뤄진다. 시간과 노크 이 모두를 소중히 여기는 주인도 있고 두렵게 여기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또 케세라세라(될때로 되라)로 내버려 두는 경우도 있을 터이다. 다가오는 시간이나 노크를 반갑고 호기심 찬 눈으로 바라볼 수도 있고 두려움과 걱정 속에서 염려스럽게 볼 수도 있다.


2006년 병술년이란 새로운 한해를 맞으며 올해는 어떤 일들이 나의 삶에 노크를 해올까 궁금해진다. 그동안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살아오면서 지친 것도 모르고 앞만 보고 살아온 뉴욕 이민자들에게 올해는 시간의 여유를 즐기며 새롭게 다가오는 사람이나 일들에 대해 반가움과 희망이 가득
차는 한해가 되길 바란다.책 ‘모모’에서처럼 사람들의 시간을 빼어 먹고사는 회색신사와 계약을 체결하는 한 해가 되지 않기를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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