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허와 실

2006-01-06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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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수필가)

황우석 박사의 연구 논문의 그 진상이 점차 밝혀지고 있다. 허나 그것으로 의학의 진상이 끝났을까 하는 의문이다. 왜냐하면 세상의 이변은 보통 사람들이 아닌 엉뚱한 망상가들에 의해서 발전했고, 더우기 유럽의 문화는 신의 존재를 너무 우상화 시키며 인간의 존재를 천대시하자
그의 반발로 인간이 신 만큼은 아니더라도 인간의 가능성도 높이 받들어야 한다는 저 유명한 르네상스 시대를 열면서 엄청난 예술 문화를 꽃피웠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황교수 또한 의학계에 허망한 망상가일까?물론 그래서도 그렇게 될 수도 없지만 잘은 모르지만 무언가 그런 느낌과 심증이 가능성이 보
이기에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게 한 것은 아닌가 싶었다.
우리 가족이 처음 이민을 왔을 때였다. 공과대학에 다니는 조카아들을 만나기 위해 대학을 방문했더니 모기회사에서 지원한 프로젝트로 암놈의 모기들을 채취하여 숫놈을 모이게 하는 작업으로 친구가 온 몸에 붕대를 감고 꿀을 바르고 녹음기를 가지고 하루종일 뜨거운 들판에 나가
있다고 했다.몇년 후 전봇대 같은 장대에 레이저 광선인지 박스가 달렸고 그 주위에 모기들이 달려들다가 죽는 모습을 보았다. 물론 그 작업은 누군가 그렇게 하면 될 것이라 제안을 했을 것이고, 모기회사는 엉뚱한 그의
말을 믿고 수많은 돈을 투자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암놈 모기의 소리를 채취하겠다는 사람은 보통 사람이 볼 때 미치광이 짓이었다. 따라서 황우석 박사의 논문 또한 미심적인 것이 있더라도 조용히 그것을 추적해서 알아보고 세상에 알려도 늦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진실을 낱낱히 밝히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후유증으로 세계 여러 나라들이 우리 과학문명을 어떻게 받아들일까가 염려스럽다.그리고 가뜩이나 우리나라 정치, 경제인들이 부정부패로 신뢰가 땅에 떨어졌는데 그래도 최고의 지식인에 국민의 건강을 책임져야 할 의학계에서 터무니없는 연구논문으로 세상에 물의를 일으켰다는 것은 우리네 양심이 어디까지인가 싶다.

우리나라 속담 중에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말이 있다. 그렇듯 무엇을 하거나 연구하려면 묵묵히 지켜봐 주거나 잘 되게 밀어주지는 못할 망정 시기심에서 일을 망치게 하고 정치를 뒤빽으로 삼는 어리석고 몰지각한 사람들로 인해 뒤를 봐준다는 조건으로 제 실속 차리기에
바쁘다보니 무엇 하나 마음 편히 연구하고 개발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도 생긴다.이제 모든 것은 과거로 돌리고 앞으로 우리나라 산업 계통에 어떠한 규율과 법을 만들어 남의 상표를 도용하거나 침해하는 일이 없도록 관리하는 것도 나라를 지키고 국민의 안보와 경제 발전에 큰 힘이 되지 않을까 싶다.그래서 황우석 박사가 이루지 못한 연구를 다 같이 힘을 합쳐 언젠가는 실낱같은 희망을 가지고 그의 연구를 지원하고 기대하는 많은 난치병 환자나 신체장애인들을 위해 호응해 주는 것도 서로를 신뢰하는 우리나라 민족의 덕목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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