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칼럼/ 나의 신년운수는 어떤가

2006-01-06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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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영(주필)

새해가 되면 누구나 올해는 좀 좋은 일이 있을까, 금년에는 하려고 하는 일이 잘 풀릴까 하는 기대와 궁금증을 갖게 된다. 지난 날을 돌이켜 보면 너무도 힘겹게 살아왔고 또 무엇 하나 신통하게 이루어진 것 없는 것이 우리네의 삶이 아니었던가. 그러니 앞으로나 무슨 좋은 일이 없
을까, 그렇지 않으면 아주 나쁜 일은 없을까 하는 기대와 걱정에서 신년 운세를 보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이 때가 되면 역술가나 점술가들이 대목을 잡는다. 역술과 점술을 미신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토정비결 정도는 재미삼아 보는 때가 바로 새해이다.

비단 새해가 아니더라도 사람들은 항상 자기의 미래에 대해 궁금해 한다. 어떤 사람들은 그럴 때마다 역술가나 점술가를 찾아 자기의 운명과 미래를 알아보려고 하는데 특히 풍파가 심한 정치인들이나 사업가들이 점을 많이 본다. 대통령이나 국회의원 선거 때만 되면 선거의 당락을
점치는 사람들로 점집은 문전성시를 이룬다. 사업을 하는 사람들 중에는 무슨 사업을 해야 하는지, 누구와 동업을 해도 되는지, 어디에 투자하면 좋은지를 점쟁이에게 일일이 물어보고 하는 사람들도 있다.
사람이 이처럼 역술이나 점술, 이상야릇한 점쟁이의 말에 귀를 솔깃하는 것은 미래에 대한 불안감 때문이다. 사람들이 인생을 살아가면서 성공도 하고 실패도 하고 온갖 풍상을 겪으면서 느끼는 것은 세상만사가 자기의 의지와 노력만으로는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래서
사람들은 무슨 일이 생길 때마다 팔자 타령을 하고 모든 탓을 자기의 운으로 돌리는 운명론자가 되어간다.


그러면 그 운명이란 과연 무엇일까. 운명은 사람이 어찌할 수 없는 정해진 미래, 필연적인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흔히 운이라든지 운명이라고 하면 우연한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우주에서 발생하는 모든 일은 반드시 시간적으로 선행하는 원인이 있게 마련이니 운명이라
고 하여 원인이 없을 수는 없을 것이다. 점성술에서는 사람이 태어날 때의 별자리가 운명을 결정한다고 보며 역학에서는 태어날 때의 생년월일 시, 즉 4주 8자가 운명을 결정짓는다고 본다. 그러나 한 사람이 이 세상에 태어나서 인생을 살아가는데는 우주와 자연, 인간관계 속에서 살
아가게 되므로 이 모든 요소가 운명과 관계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실제로 사람의 운명이나 운은 그 인생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어떤 사람은 재벌의 아들로 태어나고 또 어떤 사람은 거지로 태어나는 것을 운명이 아니고는 어떻게 설명하겠는가. 어떤 사람은 재주도 많고 노력도 많이 하는데 늘 고생만 하고 어떤 사람은 무능하기가 이를데 없는
데도 편안히 잘 사는 사람도 있다. 이 차이를 인간의 이성으로서는 설명할 수 없다.

천하의 영웅호걸을 한데 모아놓은 ‘삼국지’에서 유비 만큼 운을 타고난 사람도 드문 것 같다. 그는 배운 것도 없고 능력도 없는 촌사람인데 관우와 장비같은 용장을 얻고 신출귀몰하는 전략가 제갈공명을 얻어 천하를 도모한다. 죽을 고비마다 운좋게 살아나기도 하지만 바보같은
아들에게 자리를 물려주고 죽어 천하통일의 꿈을 이루지 못했으니 그의 운도 이것이 한계가 아니었나 싶다.사람의 인생을 나그네 길에 비유한다면 이미 산을 넘고 강을 건너 지나온 길은 살아온 과거라
고 할 수 있다. 그 과거에서 우리는 성공도 했고 실패도 했고 행복과 불행을 맛보기도 했다. 그러나 앞으로 가야하는 앞길에 무엇이 있는지는 누구도 모른다. 저 산을 넘으면 어떤 깊은 강이 있는지, 저 모퉁이를 돌아가면 어떤 벼랑이 있는지를 알 수 없다.

지난 해는 나에게 어떤 일이 일어났었는지는 알지만 올해는 어떤 일이 일어날지를 아무도 알 수 없는 것이다.그런데 미래에 대한 예측을 더욱 알 수 없게 하는 것은 현실로 닥아온 운명이 변수에 따라 다른 결과를 만들기 때문이다. 산모퉁이를 돌아서 예기치 않았던 천길만길의 벼랑을 만났다고 하자. 어떤 사람은 앞으로 나아가기를 포기하고 주저앉거나 뒤로 돌아가는가 하면 어떤 사람은 용감하게 뛰어내리거나 또는 밧줄 등 도구를 구하여 벼랑을 타고 내려가려고 할 것이다. 설혹 이 벼랑에서 그 사람이 죽을 운명이라고 하더라도 벼랑을 내려가려고 연구하고 시도하는 과정에서 그는 새로운 지혜나 수단을 발견하여 다음 사람에게 넘겨줄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운명이 우리에게 닥아온다고 해도 사람이 그 운명에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사뭇 달라질 수 있다.

이제 우리는 새해라는 새로운 항해의 길에 올랐다. 만약 도중에 배가 풍랑을 만난다고 해서 속수무책으로 운명에 맡길 것인가. 그렇지 않다. 풍랑이 멎을 때까지 사투를 벌려 배를 안전하게 항해하여야 할 것이다. 운명을 개척한다는 말이 바로 이런 것이다. 새해에 나에게 어떤 운명이 닥치더라도 최선을 다해 대처한다면 운명의 여신이 나의 손을 들어줄 것이다. 그러니 신년 운수는 걱정할 것 없다. 새해 신년 운수는 스스로 만드는 것이라는 점을 명심하여 새해는 모두에게 승리하는 한 해가 되기를 바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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