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부시대통령을 돕고 싶지 않은 이유

2006-01-05 (목)
크게 작게
이창오(우드사이드)

얼마 전 본 란에 실린 ‘여론에 몰리고 있는 부시대통령을 돕자’는 손영구 목사님의 주장을 아주 관심있게 잘 읽었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지키라’는 말처럼 조국 아닌 타국에서 사는 이민자니까 준법은 물론 대통령도 도울 수 있으면 도와야 되겠지. 그러나 아무리 소수 이민
자지만 나에게 직,간접으로 불이익을 주는 그런 정부를, 그런 대통령을 무조건 도와주자는 데는 조금 무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손목사님은 부시행정부를 곤경에 처하게 만드는 요소 4가지를 들었다.
첫째, 이라크전 악화 문제. 이라크전 사상자가 2,000명을 넘었다는 사실을 미국의 독립전쟁, 남북전쟁, 1,2차 세계대전, 한국전, 월남전 등에서 사망한 전사자들과 비교하면서 한마디로 이들에 비하면 2,000명 정도는 조족지혈이라는 뜻인데 전사자의 많고 적음 이전에 아까운 생명을 명분
없는 전쟁에 희생시켰다는 엄연한 사실은 그 무슨 말로도 미화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만약 그 중에 내 자식이, 내 형제가 있다고 해도 그런 한가한 소리를 할 수 있을까?둘째, 정보 조작문제. 정보 조작설은 아직 판단하기에 이르다고 했는데 얼마나 더 있어야 대량살상무기를 찾아낼 수 있다고 보는가? 정보 조작을 알면서도 독재국가라고 해서 남의 나라를
무단 침략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가? 독재국가를 무너뜨리고 자유민주국가를 세우려고 침략했다면, 그렇다면 지구상의 수많은 독재국가들은 다 어떻게 할 것인가?


이라크전이 끝나면 다음은? 또 그 다음은? 이런 필요 없는 전쟁으로 인한 막대한 전비 때문에 이민자들의 복지혜텍 수혜도 제한된다고 한다. 이렇듯 당장 불이익이 돌아오는데도 무조건 도우란 말인가?
셋째, Leak Gate 문제. 손목사님은 이를 DJ와 비교해서 이 정도가 게이트가 될런지 의심스럽다고 했는데 게이트 양(量)의 다소도 문제가 되지만 아무리 가볍더라도 부하의 잘못도 곧 자신의 과오와 같은 것이다. 두 사람의 경중은 오십보 백보라고 생각한다.넷째, ‘카트리나’ 태풍피해 문제. 2차 태풍 때는 강제적으로 퇴거시키는 등 강도 높은 정책을 펴서 한 사람의 희생도 없었다고 했는데 이는 1차 태풍 때 혼이 났기 때문에 정부의 강제 퇴거정책이 없었어도 피해는 최소화 할 수 있었다. 문제는 1차 태풍시의 늑장 대처였다. 손목사의 지적대로 정부의 말에 불순종, 불복종하고 그대로 있다가 피해를 당한 사람이야 어쩔 수 없다손 치더라도 살아있는 사람은 살릴 수 있도록 즉시 손을 썼어야 옳지 않았겠는가?

끝으로 우리가 부시행정부를 별로 돕고 싶은 마음이 없는 것은 이번 연방하원이 ‘불체자 단속강화법안’을 통과시킨데이어 연방정부 ‘예산조정법안’에 포함됐던 취업이민과 전문직 취업비자 확대안은 무산시켰다. 한편 예산조정법안에는 각종 복지예산 삭감안이 포함돼 있어 이민자들의 복지혜택도 상당부분 제한된다고 한다. 그리고 ‘국경수비반 테러 및 불법이민 제한법’, 일명 ‘센센브레네’법안이 법제화 되면 서류미비자 및 이들을 돕는 단체 관계자들을 범죄인으로 만드는데 그 누가 도와주고 싶겠는가? 세상사는 give and take(receive), 주는 것이 있으면 받는 것이 있고, 받는 것이 있어야 주는 것이 있지 않은가. 상부상조 하려면 가진 자(정부)가 먼저 베풀어야 못 가진 자(우리)도 주기에 인색하지 않을 것이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