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경로 효사상이 계승되는 한인사회

2006-01-04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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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수(취재1부 기자)

지난 연말 노인들을위한 경로잔치가 봇물을 이뤘다. 불경기로 어려운 한 해를 보낸 한인사회였지만 노인공경의 마음만은 변하지 않은 것 같아 마음이 좋았다.

대뉴욕지구한인상록회(회장 오해영)가 지난달 말 개최한 경로잔치에는 500여 한인노인들이 참석, 대 성황을 이뤘으며 효자상, 효부상, 장한 어머니상, 장수상 시상식 등이 이어져 경로 효 사상 고취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평가됐다. 또한 며칠 뒤 플러싱 커뮤니티 경로센터(회장 임형빈)가 개최한 경로잔치에도 300여 노인들이 참석, 성황을 이뤘다. 특히 이날 행사를 위해 경로센터 이사회와 뉴욕한인경제인협회(회장 전병
관), 플러싱 세이빙스 뱅크 등이 1만 달러에 가까운 성금을 보내오는 등 한인사회의 세밑 온정이 식지 않았음을 보여줬다. 또한 이날 행사에는 세계적인 실내악단 세종솔로이스츠 단원들이 출연, 아름다운 현악 이중주를 들려줬으며 평양예술단장을 역임한 마영애 씨가 양금연주를 선사해 큰 감동을 전했다.


이와 함께 뉴욕한인봉사센터 코로나 경로회관은 성탄절에 점심식사와 홈 딜리버리 서비스를 실시, 독거노인들의 외로움을 달랬으며 뉴욕미션하우스(대표 김진홍 목사)는 25일 코로나 경로회관을 방문 100여명의 노인들에게 목도리를 선물하는 등 경로사상을 실천했다.

한인사회의 세밑 온정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퇴거 위기에 처한 한인노인 박선호(69)씨를 돕기 위한 한인들의 온정이 연말까지 계속 이어진 것. 지난 2001년 서류 미비자가 된 박 씨는 시민권자인 이 모씨와 재혼, 부인 명의의 코로나 노인아파트에서 이민생활을 꾸려왔으나 뇌종양 수술을 받은 부인이 뉴저지 소재 한 요양원에 입주하자 노인 아파트측이 규정을 내세워 박 씨의 퇴거를 촉구, 오갈 데 없는 신세가 됐다. 특히 동거인 자격으로라도 명의를 변경하면 되지만 박씨 경우 SSI 수혜자격도 없는 서류미비자라 이 역시 불가능, 12월까지 반드시 집을 비워줘야 하는 상황에 처했던 것. 뉴욕장로교회(담임 이영희 목사)와 평신도협의회(회장 한창연)등이 소중한 성금을 모아 박 씨를 위로했다. 이처럼 지난 연말 한인사회는 어른공경과 이웃사랑의 마음이 가득했다. 병술년 새해가 밝았다. 올해도 지난 연말처럼 따뜻한 나눔의 사랑이 실천되는 한인사회가 되길 바란다. 이는 이민사회 자녀들의 정체성 확립은 바로 경로 효 사상 실천이라는 우리네 전통을 계승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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