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칼럼/“새 해는 없다”

2005-12-31 (토)
크게 작게
김명욱(목회학박사)

한 해가 지나간다. 늘 생각하는 것이 있다. 시간이란 없는 것과 같다고. 그런데도 사람들은 시간에 매여 한 해가 가고 새 해가 온다며 무언가 새로운 일을 계획하고 새롭게 출발하려 한다. 인간은 달력을 만들어 1년을 12개월 365일로 갈라놓고 그 날에 맞추어 세월이 간다고 한다. 세
월이 가는 게 아니라 인간이 가는 것을. 인간들은 세월이 간다고만 한다. 오늘도 마찬가지다. 2005년 12월31일. 달력에 의하면 오늘은 이 해의 마지막 날이다. 흔한 말로 송년의 날이다. 가는 세월이 어쩌니 뭐니 하며 들뜨게 하는 날. 종무식이나 망년회를 하여 한 해의 감을 마무리 지으려 하며 아쉬워들 한다. 마지막 날이 아닌데 사람들은 이 날도 마지막
날이라고 부른다. 사람이 마지막이라 만들어 놓았지, 세월은 그냥 그대로 인 것을.

하루만 지나면 2006년 1월1일이 된다. 사람들은 이 날을 새해 첫날이라고 반가워한다. 12월31일이나 1월1일이나 떠오르는 태양은 같다. 부는 바람도 같다. 지는 해도 같다. 그런데 사람들은 흥분한다. 새해, 새날이 되었다고 흥분한다. 금방 신기한 일이라도 일어날 듯이 흥분해 한다. 그
래서 만들어 놓은 것은 공휴일 제도다. 그리곤 놀아서 좋다고들 한다.
시간과 공간은 그대로 있다. 무와 같다. 새로운 것은 없다. 없는 것과 같은 시간을 인간이 쪼개 놓고 인간에게 맞추어 묵은해다 새해다 하는 것이다. 어찌하랴, 새해가 되어도 사람이 바뀌지 않으면 바꾸어지는 것은 없으려니. 사람이 바뀌어야 새 해가 된다. 새 해란 새 사람만이 맞이할
수 있는 관념의 시간일 뿐이다.


사람이 바뀐다는 말. 그 말처럼 흥분시키는 말은 없을 것 같다. 바뀐다는 말은 변화한다는 뜻이담겨 있다. 그래, 변한다면 어떻게 변해야 할까. 좋은 쪽으로 변해야 한다. 그렇다고 금년에 늘 하던 것과 짓들이 달력의 해가 바뀌었다고 금방 바뀌거나 변화될 수 있을까. 그렇지는 못하다.
그러나 그렇게 될 수도 있음이 인간에게는 있음에야. 제일 먼저 생각부터 새롭게 바뀌어야 새 해를 맞게 될 수가 있다. 부정적인 생각에서 긍정적인 생각으로 바뀌어야 한다.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평생을 산들, 새 것과 새 해란 평생 단 한 번도 맞이할 수가 없을 게다. 마음이 새로워져야 새 해도 있는 법. 결코 새 것이란 마음에서부터, 생각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부정적인 생각을 의심하는 것과 혼동해서는 안 된다. 의구심, 즉 의심은 한편으로는 좋은 것이다. 학문을 하는 사람에게 의심을 빼놓는다면 더 좋은 성과를 얻을 수 없게 된다. 부정적인 생각이란 비뚤어진 생각과 마음을 말한다. 남이 잘 되는 것을 배 아파하는 마음이다. 자신이 위기를 맞았을 때 기회로 삼자고 하는 마음과 생각은 긍정적인 것이다.

어려운 역경에서도 긍정적인 생각과 마음을 갖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그렇게 살아보려고 노력해야 한다. 역경 혹은 위기를 맞았을 때 미리 겁먹고 후퇴하거나 물러서는 사람은 긍정적인 사람이 못된다. 사기를 당해 곤경에 처해도 결코 좌절하거나 낙망하여 쓰러져서는 안 된다. 하늘
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기에 그렇다. 너무 힘들어도 참아나가야 한다. 헤쳐 나갈 방법을 찾아 그 길로 나가야 한다. 새 길을 찾는 것만이 새 해를 맞는 것과 같다. 모두가 상생할 수 있다는 생각, 즉 모두가 더불어 잘 살아보자는 생각은 좋은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것. 긍정적이다. 또 바뀌어야 할 것이 있다. 그래야 새 날과 새 해를 맞이함의 의미가 살아난다. 그것은 낙천적으로 살아가야 함이다. 비관적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있을 수 있는 일은 새 해가 아닌 묵은해의 비극밖에는 도래하지 못한다.

사람이란 자라온 환경에 영향을 받는다. 명랑 가정에서 자랐으면 명랑해진다. 우울한 가정에서 자랐으면 우울해진다. 비관하는 자는 우울한 가정에서 자란 사람들이 많다. 새 해의 의미를 진정 맞으려면 우울한 가정을 명랑가정으로 바뀌게 온 가족이 노력해야 한다. 그러려면 나를 먼저 낙천적으로 바뀌게 해야 한다. 사과 셋을 놓고 “어머, 벌써 다 먹고 세 개 밖에 없어!” 보다는 “아직도 세 개나 남았어. 너무 좋다!” 이것이 낙천적인 생각과 마음이다. 한 해가 지나간다. 새 해를 맞는다. 새 해는 새로운 생각과 마음을 갖고 변화되는 자에게만 다가오는 것. 그렇지 않으면 “새 해는 없다.” 결코 새 달력이 새 해를 가져다주는 것이 아님을 알자. 오늘의 태양도, 내일의 바람도 모두가 다 늘 있는 것들이다. 가는 해를 보낸 후 새 해에는 새롭게 바뀐 생, 긍정적이고 낙천적인 삶을 살아가는 모두가 되기를 기원해본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