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자식교육

2006-01-03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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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륭웅(공학박사)
에모리대학에 청소부로 일하고 있는 32세의 홀어머니인 윌리암스씨는 새벽 4시에 일어나서 시
간당 9달러짜리 일을 한다. 오버타임 일이 있기라도 하면 그녀는 언제든지 한다. 그렇게라도 하
지 않으면 자식 다섯과 도저히 먹고 살 수 없기 때문이다.
15살난 큰 아이와 12살의 둘째는 TV에서 할 수 있는 60달러짜리 게임기를 가지고 있다. 다섯
아이 모두는 푸부, 폴로, 구찌 등의 유명사 제품만 사달라고 늘 조른다. 밥도 못 먹겠다고 해도
아이들은 들으려고도 하지 않는다.
미국 소아과협회에 의하면 미국의 청소년은 일년에 최소 4만번의 광고를 접한다고 한다. 하루
에 100번 이상이다. 또 미국의 평균 아이들은 부모에게 자신이 원하는 것을 사기 위해 아홉번
쯤 조른다고 한다.
부모들이 바빠서 자녀들과 보낼 시간이 없을 때 부모들은 자식들과의 충돌을 피하고자 한다.
또 자식들이 학교 숙제와 과제물 때문에 너무 바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어지간하면’ 자식
의 요구를 들어준다. 또 자식들은 부모가 자기들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할아버지, 할머니에게 가서 사달라고 조르고, 많은 경우 성공한다. 이것은 곧 잘못이다.

아이들이 무리한 요구를 할 때엔 “무조건 안된다”고 딱 잘라서 거절해야 된다고 전문가들은 얘기한다. <부모가 알아야 할 자녀교육의 10가지 원칙>을 쓴 템플대의 심리학자인 스타인버그 교수는 “아이들은 행동의 제약을 받으며 커나가야 한다. 왜냐하면 일정한 합리적인 규범 속에
서 자라는 아이들이 더 안정감을 느끼며 보호받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아이들은 커가면서 남, 특히 부모의 행동을 보면서 자제력을 기른다고 스타인버그 교수는 말한다. <자식을 훌륭히 키우기>라는 책을 쓴 뉴욕주립대의 리코나 교수는 “자식에게 삶에서 좋
은 가치를 지닌 것이 무엇이며, 무엇이 고귀한 목표인가를 가르치고자 하는 부모들은 무엇보다도 부모 자신이 그에 맞는 생활을 하여 자식들에게 모범을 보여야 한다”고 한다.

당연한 얘기이지만 실천이 쉽지 않다. 그러나 해야 한다. 진정으로 자식을 사랑한다면 부모가 모범을 보이지 않으면서 자식을 사랑한다고 할 수는 없는 일이다.자식이 필요치 않은 것들을 끊임없이 사달라고 조를 때,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No’라고 대답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 모든 부모의 관심사다.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 이 문제에 관한 열린 세미나에서는 하루 수강료가 169달러였는데도 2004년에만 똑같은 세미나를 350번이나 열어야 했다. 이 세미나의 결론은 “자식을 망치고 싶지 않
으면 자식들이 쓸데없는 요구를 할 때는 단호히 ‘No’라고 말하라”는 것이다.


24세의 젠양은 뉴욕에서 편집부 직원으로 일하고 있는데 자랄 때 그녀의 부모는 어린 젠양에게 값비싼 장난감, 댄스교육, 유행하는 옷, 차 등을 사 주었다. 젠양은 열심히 일하는 부모에게 “아빠 엄마가 절 사랑하신다면 제가 갖고 싶은 것을 사주세요”하고 졸랐던 것이다.
직장인이 된 젠씨는 도저히 월급으로는 살 수 없어서 아직도 부모에게 손을 벌리는 처지이다. 어릴 때는 친구들이 부러워했던 젠씨였지만 지금은 적은 월급으로서도 훌륭히 자립해서 사는 동료들을 젠씨가 부러워하고 있다. 어릴 때 부모가 좀 더 자기에게 통제를 가지고 자제력을 길러주었으면 하고 뒤늦은 후회를 하고 있다.

통계에 의하면 어릴 때부터 부모가 필요치 않은 것은 절대 사주지 않고, 소위 말하는 비싼 메이커 제품이 아닌 검소한 제품으로 자식들에게 자제력, 검소함, 돈의 소중함을 교육받고 자란 아이들은 성인이 되어 훨씬 더 성공하며 남을 도우며, 남을 이해하며 집단의 구성원으로 조화롭게 살아간다고 한다.나는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부모님, 조부모님에게 아이들을 ‘가난하게’ 기르도록 신신당부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집안에서 검소한 생활을 하고, 소찬으로 식사하며 불필요한 집기나 가구를 갖추어 놓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자녀를 망치고 싶으면 돈을 주라. 자식 사랑하지 않는 부모가 어디 있을까. 그런데 우리는 어떻게 하는 것이 자식 사랑인지 한 번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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