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평범 속에 행복이 녹아있다

2006-01-03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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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열(조선족)

뉴욕 일원은 조선족의 급속한 유입으로 어디를 가나 조선족들을 쉽게 접할 수 있다. 특히 조선족의 90% 이상은 한국인사회에서 생활하며 한인 가게에서 일을 하는 관계로 그로서리나 식당, 네일가게 등 한인들이 하는 곳마다 조선족 직원이 한 두명씩은 있다.대부분이 부지런하고 일 잘한다는 평을 받고 있다. 그런데 직장을 자주 옮긴다는 혹평도 있다. “일 좀 배워서 좀 써먹을만 하면 옮긴다”고 불평하는 한인업주들이 많다. 그리고 “... 그러니 잘 해줘도 소용 없다”고 모질게 말하는 한인업주들도 많다. 하지만 다 그렇지만은 않다. 5~6년 전, 어느 한인식당에 갔을 때 사람 좋게 맞아주던 스시맨을 지금도 그곳에 가면 만날 수 있다. 항상 같은 미소로 반갑게 맞아주는 오랜 친구같은 그는 지금도 그곳에서 자신의 뛰어난 솜씨로 손님들에게 정성을 다하고 있다.

그는 금년에 44세이다. 중국 장춘시 태생인 그는 중국에서는 5년간 고등학교 교사로 있었으며 시 교육국 소수민족 교육과의 교육감으로도 있었다. 한때는 중국에서 여행사도 운영하던 지식과 재간을 두루 겸비한 엘리트였다.

10년 전인 1995년 뉴욕 맨하탄에서 개최된 한중 미술교류 전시회에 참가하고저 미국에 왔다가 그대로 눌러앉았다. 영어가 약한 우리 이민 1세들이 열심히 살아가는 데는 전문적인 기술이 제일이라는 것을 빨리 깨닫고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배운 것이 일본식 스시였다. 그는 헬퍼로부터 출발했다. 그러던 그가 운 좋게도 한 일식집에서 직접 일본인 스시맨으로부터 엄격한 훈련을 받으면서 정통 일본 스시를 배울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이렇게 익힌 스시 기술을 그는 다시 갈고 닦으며 그 한 길을 8년간 걸어왔다. 이제는 어디 내놓아도 손색 없는 나만의 노하우를 가진 훌륭한 스시맨이다.지금 그의 사람됨을 잘 모르는 어떤 사람들이 가끔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며 그를 스카웃해 가려 하는 모양이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그는 항상 웃음으로 넘기곤 한다. 행복은 급하게 쫓아가는 몇푼 더되는 돈 속에 있는 것이 결코 아니다. 행복은 이처럼 평범함 속에 이처럼 순수함 속에 있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옆에, 자신의 마음속에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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