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성탄계절에 드리는 나의 기도

2005-12-27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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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석(아이오나대학 심리학 교수)

20년 째 교회를 들락 날락 거렸는데 신앙심이 깊어지는 것이 아니라 점점 더 얕아진다. 나는 교회가 하는 일 중에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 많다. 90%가 가톨릭을 믿는 중남미에 왜 선교를 하겠다고 나서는지 모르겠다. 개신교만 종교이고 가톨릭은 미신이란 말인가? 개신교 안에도
100개가 넘는 교파가 있다던데 그 중 어느 파가 진짜인가? 또 왜 교회들 마다 경쟁하듯이 더 큰 교회를 짓겠다고 돈을 걷는지도 잘 이해가 안 된다.

교회에 다니는 사람들을 나는 세 부류로 나눈다. 첫째가 사교적 목적으로 나오는 사람들이고 둘째가 기독교를 통해 착하고 바르게 살고자 노력하는 사람들이다. 나는 이 두 번째 부류를 기독교 신자라고 부른다.
나는 기독교 신자들에게 존경심을 가지고 있다. 그들은 자기 중심 주의를 극복한 사람들 같이 보인다. 그들은 선하고 경건한 마음을 가지고 살며 이웃을 사랑하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또한 삶과 죽음의 근본적인 문제에 대하여 나름대로의 해답을 가지고 있는 마음이 편한
사람들이다. 기독교 신자들은 나를 진짜 기독교인 되고 싶도록 만든다.
셋째 부류는 기독교 환자들이다. 이들은 자기들이 자기가 한 점 의심 없는 신앙심을 가지고 있다고 자랑하면서 예수님이 다 된 것 같이 행동한다. 다른 사람들이 신앙이 약하다고 비난하고
남의 집 자식이 아프면 믿음이 약해서 그렇다고 정죄도 해준다. 돌아다니면서 교회 안 나오면
지옥 간다고 외치는 사람들이 이들이다. 쓰나미 희생자들이나 9/11 희생자들이 하나님의 벌을
받은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내 생각엔 모두 기독교 환자들이다. 요새도 이들은 진화론을
생물 시간에 가르쳐야 한다고 난리들이다.
언제부터인가 나는 이런 기독교 환자들을 말려야 되겠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이 사람들이
한인 수퍼마켓 앞에서 교회 방금 다녀온 사람들에게 자기가 다니는 교회가 더 좋으니 그리로
나오라고 성가시게 구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망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기 시
작한 것이다. 아마 지난 미국 대통령 선거 때부터 그런 생각을 가지게 된 것 같다.
기독교 환자들을 말려야 되겠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실제로 본격적으로 반 기독교
운동을 벌이는 사람들도 많이 있고 다른 종교를 인정해야 한다고 종교 관용 운동을 벌이는 단
체들도 사람들도 많이 있다. 기독교 내에서도 근본주의, 즉 기독교 환자 주의를 배척하는 성직자와 신학자들이 많다.그런데 내가 기독교 환자 말리는 운동에 적극 참여 하지 못하는 이유가 있다. 첫째, 기독교 신자와 기독교 환자를 구별하는 것이 어렵다. 어떨 때 보면 같은 사람들의 두 얼굴 같이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러나 내가 아직도 교회를 떠나지 않고 기독교 환자 말리기 운동에도 나서지 않는 진짜 이유는 다음과 같은 예로 설명할 수 있다.

교통 사고를 당한 뒤 척수 장애로 휠체어 신세를 지고 있는 10 대 소년이 얼마 전 신문에 보도 되었다. 이 아이는 바로 황우석 교수에게 체세포를 제공한 아이이다. 신문 보도에 난 사진을 보니 교회에 내는 헌금 봉투에 서툰 필적으로 “이대로도 좋아요” 라고 씌어있고 금액 1000원이
라고 쓰여있다. 내가 뭘 안다고 이런 사람들의 신앙을 왈가왈부 할 자격이 있는가. 세상엔 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소년과 같은 신앙을 가지고 또 그 신앙에 의지하여 살고 있는가? 나는 기독교 환자 말리기 운동 대신에 이 소년을 위하여 기도하고 싶다. 하나님 아버지 이 어린 아이에게 삶의 의미를 주시고 희망과 행복을 주시옵소서. 그리고 가능하다면 휠체어에서 일어나 마음껏 뛰어 놀 수 있도록 기적을 행하여 주시옵소서. 무릎 꿇고 머리 숙여 간절히 기도 드립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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