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사설/정리하는 연말 되자

2005-12-27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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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언론에 한국의 황우석교수 논문 조작파문이 연일 대서특필되고 있다. 이는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에서 살고 있는 한인 이민자들 모두에게 매우 우울한 연말소식이 아닐 수 없다. 황 교수 사건은 비단 한국의 과학계 뿐 아니라 한국과 미국 내 거주 한인들에게 모든 분야에서 악영
향을 초래할 우려가 많기 때문이다. 이 파문은 한국인에 대한 신뢰도는 물론, 이미지 문제에까지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우리는 이 사건을 보면서 황 교수 파문으로만 그칠 것이 아니라 이를 계기로 우리 스스로는 아무 문제가 없는 가 되돌아보는 기회로 삼아야겠다. 지금까지 우리는 미국인들이나 타민족들에게 성공한 한인이민자들이라는 칭송을 받을 만큼 경제적인 급성장을 이룩했다.

교육 및 문화계에서도 많은 인재들을 배출할 정도로 성공한 이민집단이 되었다. 마찬가지로 한국도 그동안 국민들이 열심히 노력한 결과 이제는 세계 11위에 들만큼 경제적으로 급부상했다. 그러나 한인들의 이미지나 신뢰도는 점점 더 바닥을 치고 있는 분위기다. 때문
에 한민족은 이제 세계민족사에 부끄러운 한인으로 기록되는 결과를 낳고 있다. 당장 우리 눈앞에는 누가 보아도 놀라울 만큼 교회의 수는 늘어났지만 맛사지 팔러나 술집, 노래방들의 숫자도 부끄러울 정도로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이로 인해 야심한 밤에 고성방가, 노
상방뇨는 물론, 검찰청에는 음주운전, 맛사지 팔러로 잡혀오는 한인들이 1위라고 할 만큼 창피스런 행위들을 하고 있다. 경제적으로는 아무리 성공했다고 하지만 이에 상응하는 자세를 갖지 못한다면 이는 미국사회에서 인정받기가 어려운 일이다.

우리는 남의 나라에 이민 와서 살고 있는 소수민족이다. 올바른 말과 행동으로 타민족에게 본을 보이면서 이 나라 질서와 법칙, 풍토에 맞게 살아야 하는 것이 우리의 입장이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이 땅에서 발을 붙이기가 어렵다. 돈을 벌었다고 아무렇게나 낭비하고 주위를 돌아보지 않고 나만 살면 그만이다 하는 식의 자세도 문제다. 미국은 법을 준수하며 이웃과 타민족이 함께 어우러져 살아야 하는 나라다. 이 나라의 법과 규칙을 잘 지키며 열심히 살아가면서 모법적인 모습을 보일 때 우리는 곱지 않은 시선으로 우리를 바라보는 미국인들로부터 다시 신뢰를 회복하고 존경을 받을 것이다.

이제 며칠 후면 2006년 병술년 새해다. 새해를 앞두고 마무리할 일이 있으면 깨끗이 마무리하고 버리고 갈 것이 있으면 말끔히 버리고 가야 한다. 황 교수 사건을 거울삼아 한인들은 모두 새 해 새 출발을 위해 새로운 각오를 다시 한번 다지는 연말이 되기를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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