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가정불화 이기는 사랑의 묘약

2005-12-30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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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노열(취재2부 차장대우)


지난 25일 워싱턴주 타코마 지역의 한인 가정에서 발생한 20대 아들의 60대 부모 총격 살해 사건은 한인사회는 물론 미국사회 전체를 경악케 했다.
더욱이 사건 발생 동기가 부모와 자식 간의 불화에서 비롯된 사건이라는 점에서 더 큰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이국땅에서 손이 발이 되도록 바쁘게 살아가는 이민자들에게 한번 쯤 삶을 되돌아보게 하는 사
건이었다.이번 사건은 무엇보다 가정에서 가장 기초가 될 부모와 자식 간의 신뢰와 이해 부족이 부른 비극이다.한인 가정의 어두운 단면을 보는 것 같아 더욱 안타깝고 착잡할 따름이다.

이민생활이 너무 바쁜 나머지 부모와 자녀 사이의 대화 결핍과 남편의 폭력, 남편에 대한 아내의 무시, 외도 등으로 비롯된 가족 간 사랑의 상실이 우리의 가정을 점차 무너뜨리고 있는 것이 아닐까.최근 한 한인가정문제연구 단체가 발표한 자료 가운데 부모 자녀 간의 몰이해 문제, 이혼, 가정폭력 등 가정불화로 인한 상담 건수가 해마다 20% 이상씩 늘고 있다는 통계는 현 한인가정 문제의 심각성을 짐작케 한다.이 단체 관계자는 “연구결과, 이 같은 가정불화는 무엇보다 대화부족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대부분의 한인들은 가족 간의 대화 결핍 주된 이유로 빠듯한 시간과 생활고를 들고 있지만 궁색한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는 생각이다. 가정의 화목은 금전이나 물질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서로에 대한 조그만 관심부터 시작되기 때문이다. 이제부터라도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사랑과 관심을 서로에게 적극적으로 표현하자. 바쁜 생활가운데 틈날 때마다 함께 대화하고 고민을 나누는 부모와 자녀의 모습, 서로를 믿고 먼저 위하는 부부의 모습 등 가족간 작은 사랑의 실천이야말로 가정불화를 미연에 예방할 수 있는 묘약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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