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추한 한국인

2005-12-29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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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홍재(은행인)

요즈음 한국정부의 외교통상부를 비롯한 다수의 유관기관이 합동으로 ‘추한 한국인’, 세칭 「어글리 코리안」 문제 해결을 위해 팔을 걷어붙인 모양이다. 한국인의 이미지 실추는 물론 대한민국 브랜드에 미치는 악영향에 위기감을 느껴 육십년 이상 대통령 잘못 만나 평생 욕만 얻어먹던 정부 부처가 칼을 빼어든 것 같은데 살다 보니 참 별일 다 겪는다고 생각한다.

해외에선 인신매매, 성매매, 조직폭력, 음주운전 등 각종 추태에 국내에선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임금체불, 가혹행위, 결혼사기 등 그 사례는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만큼 다양한데다 최근 황우석 교수에 생각이 미치면 할 말을 잃게 된다.춥고 배고프던 시절 되놈, 쪽발이, 노린내 코쟁이 등 외인들의 별명은 우리의 열등감과 시기심에서 뱉어낸 흉이었지만 밥술께나 먹게된 지금에 와서도 국가나 민족에 욕을 보임은 자기 분수를 모르는 소수 극단적 이기주의자들 때문인데 자괴감을 지울 수가 없다. 만약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이란 글을 쓴 ‘안똔 슈우낙’이 요즘 사람이라면 ‘주제 파악이 안되는 사람들’ 쯤으로 제목이 바뀌었을지 모른다.
얼굴에 철판을 깔고 그 알량한 돈벌이를 위해 뺑덕어멈이나 장희빈 류의 실용주의로 ‘이성적(異性的)인 것은 현실적이고, 현실적인 것이 이성적’이라고 변증법의 일가를 이룬 ‘헤겔’이 벌레 씹은 얼굴을 할 때 구제불능의 실용주의자들은 방법이 온당치 못할 때는 그 목적도 정당성을 잃는다는 평범한 진리마저 객사한 X지팽이 버리듯 하고 ‘배부른 자들의 언어적 유희’라고 눈을 부라리며 ‘부자, 재벌의 씨가 따로 있느냐’고 영유종호(寧有種乎)를 외치면서 국제무역을 통해서까지 개망신을 벌어들인다.


교양 없고 예절 모르는 민족이 교역 액수 5,000억달러에 경제규모 세계 11위라 선진국연 하지만 진주 목걸이를 걸쳤다 해도 살찐 돼지가 갈 곳은 딱 한 곳 뿐이다.남의 나라에 와서까지 추태를 부리니 이런 이들 가운데 정직하고 성실한 사람 찾기란 백사장 명사십리에서 들깨알 찾기나 다름이 없다. 죄는 개천가에 도척이 짓고 벼락은 당산고목나무가 맞는다고 했던가, 곰 발바닥은 요리로나 쓰이지 만고에 쓸모없는 뱀 발바닥같은 얘기를 쓸 때마다 천불이 치미는 것은 필자만이 아닐 것이다.

자기 분수대로만 살면 가랑이 찢어지는 뱁새 꼴은 면할텐데 거저 떼돈 벌고 한탕으로 팔자를 고치려는 흑심 때문에 자기 인생을 망치면서 만인에게 피해를 입힌다. 이 시각 현재 넓은 기회의 땅에 발 붙이고 있는 장삼이사들, 재미동포들의 경우 언제 어디서 우리가 다른 종족에게 손가락질 당하며 물리적인 위해(危害)에 직면할지 모르는 위험권역에 노출되어 있음을 각별히 명심해야 한다.우리의 몸이 더러워 추한 한국인 소리를 듣지 않는 이상 호텔이나 목욕탕 입구에 ‘한국인 출입 사양’ ‘산나물이나 야생열매, 어패류 채취 금지’ 등 한글 표지판은 저들로부터 ‘어글리 코리안’이라고 돌팔매질 맞을 좋은 과녘이다.

돌팔매로 맞는 것은 육신의 아픔으로 세월과 의사가 고치지만 황우석이 학자로서의 분수를 모름은 우리 한국인 모두의 영혼을 황폐시킨다. 산 설고 물 설은 것만 아니고 귀 설고 입 설운 이 땅에서 고생 않고 사는 사람 얼마나 된다고 분수 모르고 날뛰어 만인에게 피해를 주는가.나라 흥망에 필부유책(匹夫有責)이라 했으니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너와 내가 모두 힘들지만 서로 돕고 잘못된 것은 바로잡아 타종족에게 약점 보일 필요가 없다. 서러운 이민생활 하면서 망향가 한 소절 마음 속으로라도 읊조리지 않은 사람 과연 몇이나 되겠는가.양주잔에 설움 쏟고 골프공에 시름 날려보내도 영원한 방랑자의 가슴속은 사시장천 신호등 없는 터널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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