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사설/ 충격적인부모 총격살해사건

2005-12-29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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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절에 워싱턴 주 한인주택에서 20대 아들이 부모를 총격 살해한 패륜적인 사건이 발생, 충격을 주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아들에게 총격을 받은 부모는 큰 딸에 의해 숨진 채 발견됐다고 한다. 너무도 놀랍고 어처구니없는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이 사건은 비록 타주에서 일어났다고는 하나 뉴욕에서도 이런 일이 안 일어난다고 보장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 청년은 무엇 때문에 자기의 친부모를 이처럼 처참하게 죽여야 했는지 비난에 앞서 동정심과 함께 연민의 정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앞날이 창창한 청년이 무엇이 불만이라 이런 일을 벌였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이런 사건이 일어나기 전에 그의 곁에 일찍이 가족이나 주위에서 그를 도왔다면 이렇게 까지 그가 엄청난 일을 저지르지는 않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만 남는다. 이 사건은 10여 년 전 미국에서 유학중이던 한인 대학생이 한국에 나가 부모를 칼로 살해한 사건이 발생한 후 처음 일어난 일이어서 한동안 잠잠했던 한인청소년 문제에 다시 한번 경종을 울려주고 있다. 이 사건은 당시 배경이 황금만능주의가 빚은 비극이었다.이런 사건은 일차적으로 부모, 그리고 그를 그렇게 되도록 방치한 사회적 책임도 없지 않다. 관련기관들은 보다 더 청소년 교육이나 지원에 관심을 기울이고 활동을 적극적으로 해야 할 것이다. 특히 부모들은 자녀의 문제가 무엇인지 항상 관심을 갖고 배려해야 하며 문제가 커지기 전에 해결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아낌없는 대화와 관심, 그리고 사랑이 무엇보다 절실하다. 그렇지 않으면 이런 사건은 뉴욕에서도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

이번 사건의 자세한 내용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단지 이런 사건들의 배경을 보면 단순히 우발적인 데에서 나오지는 않는다. 대부분이 이중문화권에서 오는 갈등과 충격, 부모와의 사이에 깊어진 대화의 벽, 친구와 학교, 사회에서 오는 열등의식과 소외감 등이 주요인이다. 그러므로 이
번 사건을 계기로 부모들과 커뮤니티, 관계기관은 우리 사회의 자녀들은 이런 점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 가 점검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자녀들은 부모와 우리 사회가 방심하는 사이 평소에 쌓인 불만으로 무슨 일을 저지를지 모른다. 그러므로 항상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보살피고 각별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특별히 정체성과 가치관의 확립은 중요하다. 자기의 뚜렷한 정체성과 가치관이 없는 청소년은 항상 문제를 일으키기 쉽기 때문이다.

이런 사건이 더 이상 재발되지 않도록 학부모와 관계기관은 이 점을 깊이 인식, 커뮤니티 차원에서 합심, 노력해줄 것을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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