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봉이 김선달 시대

2005-12-24 (토)
크게 작게
방준재(내과전문의)

내가 아는 봉이 김선달은 대동강 물 팔아먹었다는 정도다. 그것이 사실이었는지는 모른다. 그러나 강물을 팔아먹을 수 있었다면 김선달은 부자로 살았을 테고, 그 후손들은 누구 말마따나 3대를, 아니 자자손손(子子孫孫) 엄청난 부자로 살고 있으리라는 것은 짐작하고도 남는다.
봉이 김선달 이야기는 전설적일지는 몰라도 황당무계한 인물이나 짓거리를 말할 때 들먹거리는 이름인 줄 안다.

지금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줄기세포에 관여된 사건 전개를 보며 느끼는 것이 꼭 봉이 김선달 같다면 너무 비하하는 이야기가 될까봐 주저하고 결론을 보류하고 있다.사실 줄기세포 이야기가 지상으로 뜨기 시작할 때나 그 이전에도 직업이 의사지만 별로 관심을 두지 않았다. 이유는 간단하다. 먼 미래의 이야기를 귀담아 듣기에는 실력이 모자라서 알아들을
수가 없고 엄청난 가능성의 희망을 말하는 것은 많은 사람들을 들뜨게도 하지만 현재 침몰되어 있는 사항들이 나를 붙들고 놓아주지 않기 때문이다.


먼 장래의 이야기 보다는 현재 진행중인 이야기들의 이해에 더욱 빠져있다는 말이다.미국의 이라크 전쟁과 지난 12월 15일에 있었던 이라크 선거다.
9.11 테러 이후 다 알고 있듯이 부시대통령은 국정연설에서 이라크, 이란, 그리고 북한 세 나라를 ‘악의 축(Axis of Evil)’이라 선언한 후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 정권을 무너뜨렸다.주민들에 의한 선거가 치러지고 현재 어지럽긴 하나 민주사회 건설로 가고 있다. 이라크도 마찬가지다. 국가 건설을 새로이 하고 있는 중이다.

현재 전쟁 비용이 5,000억달러가 예상되는가 하면 얼마나 더 많은 전사자가 발생할 지는 모른다. 그러나 승리할 때까지는 그대로 간다는 부시대통령이다. 인권 존중이나 민주주의의 확산이 종국에는 미국의 안전과 국익에 부합한다고 굳게 믿고 있기 때문이다.반대파나 평화주의자들에게는 이 또한 봉이 김선달 같은 소리로 들릴지 몰라도 내게는 구미에 맞고 귀가 쫑긋해지는 말이다.전쟁은 마지막 선택이지만 전쟁에서는 승리를 대체하는 어떤 무엇도 없기 때문이다. 전쟁에서는 승리가 최대 가치라는 말이다. 미국이 이라크전에서 패퇴할 수 없는 이유다.

현재 이라크전쟁을 보는 미국 여론은 별로이다. 그러나 역사는 부시대통령을 위대한 대통령으로 각인하리라 확신한다. 중동이나 세계에 몇 개 남아있지 않은 공산독재국가로 민주주의와 인권이 확산되고 주민들이 자유를 구가하는 시대가 도래할 때는 더욱 그렇다.새삼 ‘악의 축’을 되새기며 다음은 어디일까, 2006년이 자못 흥미로울 뿐만 아니라 점증하는 미국의 대북한 강경발언이 에사롭지 않은 연말이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