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나는 과연 무엇을 아는가?

2005-12-23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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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진(맨하탄 파라다이스 크리너)

누구나 그렇듯이 우리들은 매일 전기를 사용하며 전등도 밝히고 TV도 보며 모든 생활에 필요한 도구들을 작동시키며 살고 있다. 또한 많은 사람들이 자동차를 운전하여 이동을 하고 비행기로 날아서 공간의 먼 거리를 여행한다. 더욱이 요즘은 컴퓨터의 발달로 인터넷이 세상을 연결하여 지구촌이 된 지도 벌써 오래이다.

그러나 잘 생각해 보면 우리들 중 대부분의 사람들은 전기가 어떻게 작동하여 이 기계들을 움직이며 자동차가 어떻게 하여 고속도를 잘도 달리고 그 무거운 쇳덩이 수십 톤이 하늘 높이 나는 항공기의 구조들은 우리가 또한 잘 모르는 것도 사실이다.컴퓨터는 클릭만 하면 사이트 찾아가는데 문제도 없다. 물론 그것은 과학자들의 몫이기도 하다. 우리들은 다만 이용만 하면 되고 잘 알 필요도 없다고 할 지도 모른다. 물론 그것도 맞는 말이다.


그러나 이것과 연계하여 생각해 본다면, 우리들의 삶도 또한 이렇게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하고 생각해 보면 어떨까? 중세의 몽테뉴는 그의 책 에세이에서 기술했듯이 자기의 서재에 평형저울을 만들어 놓고 거기
에 ‘Que sais-je(나는 무엇을 아는가)’라는 글을 새겨 넣고 매일 명상의 화두로 삼았다고 한다. 우리들도 한 해를 마감하는 즈음에 한번쯤 ‘나는 과연 나의 삶에 대하여 무엇을 아는가, 그리고 무엇이 행복인가’ 하는 생각을 해보는 것도 무의미하지 않으리라고 생각해 본다.얼마 전 읽은 책 속에 어떤 사람이 쓴 이런 글을 보았다.

<누가 나에게 삶이 무엇인가? 하고 묻는다면 나는 담배연기 훅 뿜으며 ‘위로 먹고 아래로 배설하는 것이지...’ ‘배설이 너무 고급스러운 말인가? 싸는 것’이라고 하는 것이 더 정직한 표현인가? ‘한 가닥 구름이 아는 것이 태어남이요, 사라지는 것이 죽음이라’ 이 쪽이 훨씬
품위가 있는가? 몇 거풀 덮어쓰고 동서로 뛰어다니며 돈 번다고 악착을 떨고 쥐꼬리 만한 이름 낸답시고 갖은 똥폼을 다 잡아도 결국은 따지고 보면 ‘먹고 싸는 것’에 귀착하지 않는가? 촌로의 말씀 가운데 ‘다 먹고 살려고 하는 짓잉께’ 하는 말씀과 무엇이 틀리는가? 뒷간, 똥
깐, 해우소, 화장실, 토일렛 등으로 이름을 바꾼다고 인간의 배설물이 달라지는가? 21세기가 되어도 인간은 기막히게 멍청하다. 우리들은 집착에 관한 한 두살배기 어린애와 조금도 다르지 않다...>

우리들 산다는 게 과연 이렇게 허겁지겁 매일 먹고 마시고 돈 버는 소유에만 급급할 것인가, 하고 한번 깊이 생각해 보는 여유도 있어야하지 않을까? 그렇다고 심오한 철학을 논하자는 것도 아니요, 다만 조금씩 더 사유해 보며 살아가는 삶이 필요하다는 말을 하고 싶을 뿐이다.
전기는 뭐고, 자동차는 뭣인가? 그리고 항공기는 왜 날고 컴퓨터는 왜 이렇게 작동하는 것인가를 한번쯤 생각해 보듯이 한번도 밤하늘의 ‘별 볼일 없이’ 살지 말고 가끔은 겨울하늘 차갑게 빛나는 별도 한번씩 쳐다보며 우리들 삶에 관해서도 ‘나는 과연 나에 대해 무엇을 아는
가’ 하고 사유해 보자는 것이다.보편적으로 우리 인간은 95%의 무의식과 5%의 의식으로 산다지만 하다못해 10%의 의식이라도 가지고 자신을 바라보며 살았으면 하는 것이 나의 바램이기도 하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는 데카르트의 거창한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누구나 무의식적으로 하루 하루 그저 먹고 자고 하는 습관적인 삶 보다 누구나 시한부 삶을 사는 우리들에게 주어진 이 귀중한 삶을 좀 더 깊이 생각해 보며 보람있게 사는 재미를 느껴보는 것이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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