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지적 설계론에 대하여

2005-12-22 (목)
크게 작게
박현숙(전도사)

최근 공립학교 과학시간에 다윈의 진화론과 함께 지적 설계론을 가르치도록 한 부시행정부의 정책에 대해 바티칸 최고의 천문학자이자 예수회 소속인 코인 신부가 지적 설계론은 과학이 아니므로 과학시간에 넣을 수 없다고 반박하면서 종교나 문화사 시간에나 가능하다고 발언하였다. 그는 이런 발상이 독재자 하나님이나 설계자 하나님으로서의 뉴턴식 하나님의 개념에서 나온 것이라 비난하고 있다.

지적 설계론은 성경의 창조론에 입각한 내용이다. 코인 신부가 이같은 돌출적인 발언을 한 배경에는 다음 두 가지의 문제점을 안고 있다. 하나는 그의 그릇된 신학과 과학의 개념과 상관관계에 대한 인식이며 또 하나는 그의 위험한 신(神)관이다. 코인 신부는 신학과 과학을 별개의 것으로 분류하고 있다. 그러나 신학은 어느 의미에서 과학이어야만 한다. 꼭 협의의 자연과학의 범주에 들어가지 않더라도 오히려 과학적 지식이라는 전
통적 기준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자연과학의 대표적인 물리학의 의미는 본래 모든 사물들의 본질적인 성격을 연구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그러므로 자연과학에는 철학적이고 종교적인 성격이 내포되어 있다. 물리학의 근원은 모든 서구 과학처럼 B.C. 6세기의 그리스 철학의 첫 시기에, 즉 과학과 철학과 종교가 분리되지 않았던 때에 발견된다.

물리학은 에너지나 엔트로피 등 물질적 구조에 대한 지식을 제공하지만 생명의 기저엔 물리학이 미치지 못하는 무언가가 있다. 그러므로 과학이 사실을 묘사하고 우주에 대한 전체적인 설명을 가능케 하는 특정한 발견을 할 수 없을 때 그 자격을 넘어서게 된다. 이 때 이것은 철학이나 특별히 우주학이 되어간다.

코인 신부가 “현대과학과 현대적 신학 연구의 성과를 존중한다면”이라고 전제했을 때, 이미 과학과 신학의 불가분한 운명성이 드러나고 있다.
두번째로 코인 신부가 뉴턴식 하나님 운운하며 하나님은 지속적으로 개입하는 하나님이 아니라 허용, 참여, 사랑, 격려하는 부모와 같은 존재라고 주장하는 이면에는 그의 혼동된 신(神)관을 엿볼 수 있다. 뉴턴식 하나님이라고 그가 발언한 배경에는 기독교적 역사관을 뉴턴식 즉, 3차원적, 기계적, 결정론으로 규정짓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 그의 이러한 주장은 기독교를 뉴에이저들이 이원론적인 것으로 비판하는 주장과 일치한다.

그러나 기독교는 그들의 몰이해에서 나온 이원론이나 그들이 추종하는 일원론에 근거하고 있지 않으며 ex-nihilo(무에서의 창조)를 지지한다. 뉴에이저들은 아인슈타인의 현대물리학 이후 우주는 빈 공간이 아니라 입자와 반입자의 분배에 의해 이루어졌다고 본다. 그러므로 시공간적인
정체 구조에서 우주 내 어떤 물질도 특정하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존재하려는, 생기려는 경향만을 보인다고 주장한다.

그들은 과학적 이론을 신(神)의 개념에 적용시켜 절대적 개념이 아닌 부단히 변화하는 어떤 가능성이나 경향으로 보고자 한다. 따라서 이들은 동양적인 모호한 신비주의를 추종한다.그러나 하나님은 뉴턴 이전부터 존재했으며 우주의 창시자인 하나님은 어떤 개념이 시시각각으로 적용될 수 있는 과학적으로 설명되고 증명되어질 필요가 있는 물리적 존재가 아니다.
다윈의 진화론은 인류의 기원을 연구한다는 점에서 창조론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창조론은 기독교와 자연과학 사이의 잠재적인 논점이 되기 때문이다.

세상의 기원, 인류의 발생에 대한 논점은 신학과 과학이 해후하는 일정이기도 하다. 창조론은 창조과학으로 발전 연구되어 왔다. 만약 종교나 문화사 시간에 지적 설계론이 들어간다 해도 다윈의 진화론이 개입되어져야 할텐데 그러면 왜 다윈의 진화론을 과학시간에 안 가르치고 문화사 시간에 넣었냐고 코인 신부는 항의할 것인가?그의 발언은 결국 자가당착적인 사고의 모습을 드러낼 뿐이다. 우주는 매순간 지속적으로 하나님에 의해 지탱된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