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가장 민족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

2005-12-21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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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주환(뉴저지)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외국의 가장 정통적인 문화를 접하고 싶어 한다. 지난번 부산에서 열렸던 APEC정상회담에서 외국 원수들이 매운 음식을 싫어할 것 같아 맵지 않은 흰(백)김치를 만들어 내놓았는데 예상과 달리 인기가 전연 없었다. 그래서 한국 본래의 정통 매운 김치를 내놓자 각국 국가 원수들에게 많은 인기를 끌었었다. 흰 김치는 우리나라의 전통음식이지만 정통에서는 조금 벗어난다고 봐야 한다.미국에서 한국식당을 운영하시는 분들에 의하면 외국인들의 입맛에 맞춰 한국음식을 만들어 팔면 한때 반짝하는 매상을 올릴 수 있을지는 몰라도 오래 못가 손님들이 점점 줄어든다고 한다.

한국 식당이 개업을 하면 미국사람들이 그 식당 음식이 한국 정통음식이냐 아니면 미국인들 입에 맞춘 것인가를 묻는 경우가 많다. 미국인 입맛에 맞춘 약간 미국화된 한국음식이라면 시큰둥해 하고 한국 정통음식이라면 좋아해 찾아가는 사람들을 많이 보았다.재미동포들은 미국에서 한국 전통만 고집하며 국수주의적으로 살아도 좋지 않고 또 한국 전통문화를 외면하고 미국식으로만 살아도 바람직하지 않다. 한국 전통문화를 밑바탕으로 그 위에 미국문화를 수용하고 그들과 조화롭게 잘 어울리며 살아야 한다.
어느 한 민족이 오랜 세월을 두고 이룩해 놓은 그 민족 고유의 전통문화에는 그 민족의 은은한 얼과 혼이 듬뿍 스며들어 있고 그렇게 형성된 민족 정서는 여러 다른 민족들의 공감을 쉽게 얻어 큰 감동을 불러 일으킬 수 있다. 그래서 가장 민족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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