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문제는 자신에게 있다

2005-12-17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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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홍 권 (동부제일교회 목사)

산 중의 왕인 사자가 죽자 여러 짐승이 모여 새 왕을 뽑게 되었는데, 원숭이가 흉내도 잘 내고
나무에도 잘 오르며 꾀도 많다고 해서 왕으로 뽑았다. 그런데 원숭이는 권리를 탐하고 교만하
여 토색이 매우 심하였다.
참다 못하여 여우가 하루는 고기 한 덩어리를 덫 속에 넣고 원숭이를 찾아가 재배하며 말했다.
“신이 오다가 보니 고기 한 덩어리가 저기 있는 것을 보았사오니 대왕께서 거동하사 잡수시옵
소서”원숭이는 여우의 충성됨을 기뻐하여 많은 상과 상품을 하사한 후 고기 있는 곳으로 가서 앞발로 고기를 끌어내려 하다가 덫이 튕기면서 발목이 잡히게 되었다.그제서야 여우의 간계를 깨달은 원숭이가 여우를 꾸짖으니 여우는 웃으면서 말했다. “덫 놓은 것도 모르고 눈 앞의 작은 이익만을 탐하니, 너같은 놈이 왕이 다 무엇이냐?” 이렇게 말하고는 달아나 버렸다.

이는 윤치호의 <좌옹유저>에 나온 이야기다. 원숭이도 큰 문제이지만 원숭이를 왕으로 뽑은 짐승들에게 근본적으로 문제가 있었고, 여우에게도 많은 문제가 있었던 것이다. 지도자가 되어서는 안 될 사람이 우매한 무리들을 이용하여 지도자의 자리에 앉게 되고, 부패한 부와 권력 언저리에 독버섯처럼 서식하는 간사한 무리들이 쉴 새 없이 만들어내는 악으로 혼탁하여 숨막히는 난세(亂世)에 살면서 오염되지 않은 사람을 만나보는 것이 이리도 몹시 그리울 때가 또 있었을까 싶다.


곡선을 그릴 줄 모르는,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가을 하늘 같은 무심(無心)한 사람들이 영 없는 것은 아니련만... 이렇게 생각하는 것은 내 자신이 세속에 더 많이 오염되어 있기 때문일런지도 모른다.내가 그리워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들도 그리워할 것이다. 다른 사람들이 혹 그리워하는 그 사
람이 ‘내’가 될 수는 없을까? 세속에 대한 그 많은 욕심들을 가져보았자 차라리 회한(悔恨) 외에 무엇이 남겨졌던가?

‘대학(大學)’에서 “죽고 사는 것은 천명에 있고 부귀는 하늘에 있다(死生在命, 當貴在天)”고 했다. 생사화복(生死禍福)은 모두 창조주에게 속한 것, 마음을 비우는 것(Incamation)만이 세상의 지극히 작은 한 모퉁이에서나마 청량제가 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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