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진화와 창조

2005-12-17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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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륭 웅 (공학박사)

2005년 여름에는 미 주류사회에서 진화냐, 창조냐 하는 해묵은 논쟁이 재연되었다. 11월 초에는 미국의 어느 학교에서 창조론을 가르친다고 보도되었다. 다윈이 ‘종의 기원’을 쓴지도 150년쯤 되었다. 그 이후 진화론과 창조론의 논쟁은 끊임없었다. 종교의 문제를 떠나 이 문제를 생각해 보고 싶다.진화의 증거는 많이 있다. 지질연대별 화석을 보면 점진적인 생물의 진화를 볼 수 있다. 예를 들면 간단한 유기체로부터 점점 더 복잡한 생물로의 진화이다. 화석층으로부터 발견된 가장 확실한 진화의 증거는 최초의 생물 중의 하나로 발견된 말이 600만년 전에는 키가 50cm 였으나 그 후 점점 커져 현재의 크기로 진화된 것이다.

화석층의 연대는 동위원소 검증으로 매우 정확히 그 연대가 측정되므로 화석층의 진화 증거는 확실하다 해야 할 것이다. 두번째는 “유사한 해부학상의 구조”이다. 유사한 생물군들은 유사한 구조를 가지는 것인데 예를 들어 박쥐의 날개, 개의 앞다리, 물개의 물갈퀴, 사람의 팔은 똑같은 뼈로 유사하게 배열되어 있다는 것 등이다.세번째는 태아기의 유사함이다. 어류, 닭, 사람의 태아기에는 꼬리가 있다는 주장이다. 다만 사람의 경우는 태아가 8주가 지난 후부터는 꼬리의 추골이 ‘예정된 세포의 죽음’이라는 과정을 통해 사라진다. 다른 예들도 많이 있다.


네번째의 진화 증거로는 모든 생물이 구성의 기본물질인 DNA와 RNA를 가지고 있어서 공통의 조상으로 진화되었다는 주장이다. 모든 종의 DNA 분자는 똑같은 구성요소 뿐 아니라 똑같은 암호체계를 통해 정보가 전달된다는 사실이다. 또 모든 종은 20개의 아미노산을 기본으로 단백질을 합성한다. 굳이 앞서 말한 증거가 아니더라도 우리 모두는 환경의 변화에 살아남기 위해서 진화라는 과정을 거치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이 진화가 어떤 종의 영역을 뛰어넘느냐 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다.

우리의 주된 관심사는 과연 사람이 원숭이 같은 다른 영장류로부터 진화했느냐 하는 것이다. 나는 이 문제를 좀 다른 관점에서 보고자 한다. 물리학에서는 “열역학의 제2법칙”이라는 만고의 진리가 있다. 이 법칙에 의하면 모든 시스템(우리가 사는 지구, 우주도 여기에 속한다)은 시간이 지날수록 혼란-무질서가 증가한다는 것이다. 이 혼란-무질서를 전문용어로는 엔트로피(engrophy)라고 하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시스템 내에 있는 일(work)을 할 수 있는 유용한(available) 에너지가 감소하는 현상을 말한다. 깨어진 유리컵이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없
다든지 삼라만상의 생로병사가 다 여기에 속한다. 다른 영장류로부터 인간으로 진화는 시간이
지날수록 혼란이 커진다는 이 법칙을 위반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우리가 사는 우주는 언제, 어떻게, 왜 시작되었을까. 많은 과학자들이 밝혀낸 바로는 우주가 대
폭발(빅뱅)과 함께 시작되었고 우리가 말하는 시간도 그 때부터 시작되었다고 본다. 빅뱅이 일
어났을 때 우주는 거의 무한대의 질량에 부피는 거의 없었다고 본다. 무한대의 질량에 0에 가
까운 부피가 이해 안될 것이다. 우주에 있는 블랙홀이라는 별도 무지무지하게 무겁지만 부피는 아주 적다. 지구가 블랙홀이 되면 그 부피는 작은 포도알 정도밖에 안된다.믿기지 않겠지만 빅뱅과 함께 우주가 시작되었다면 빅뱅 이전에는 무엇이 있었을까. 시간이라는 개념 자체 빅뱅과 함께 시작되었으므로 이 질문은 의미가 없을 것이다.시간과 우주가 빅뱅과 함께 시작되었다는 것은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이 예측한 바이다. 놀랍다고 아니할 수 없다.

과학의 역사는 우주에서 일어나고 있는 모든 일들이 제 멋대로 일어나는게 아니고 일정한 순서와 법칙에 의해 일어나고 있음을 깨닫게 해주는 과정으로 점철되어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이 순서와 법칙에 창조주가 간여하고 안 하고는 차치하고라도 20세기에 발견된 두가지의 큰 법칙은 아인슈타인의 특수 및 일반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이다. 이 두가지로서도 우주에서 일어나고 있는 법칙을 설명하지 못하여 이 두가지를 합한 통일장이론 같은 것을 만들려고 많은 과학자들이 애쓰고 있지만 그것이 가능한 것인지는 아무도 모른다.우주를 지배하는 순서와 법칙에 관해 가장 많은 연구와 기여를 한 사람은 루게릭병을 40년 이상 앓고 있는 영국의 호킹박사이다. 아인슈타인 이후 최고의 이론물리학자로 추앙받는 이 위대한 석학이 한 한마디를 인용하고 싶다. “우주가 시작이 있은 한 우리는 창조주가 있었다고 생각해도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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