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무엇을 배우셨습니까?

2005-12-17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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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민 수(취재 1부 부장대우)

16일 새벽 뉴욕시 대중교통 근로자 노조(TWU)들의 파업이 유보돼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미국에서 가장 큰 대중교통망을 가진 뉴욕시 메트로폴리탄교통공사 근로자들이 파업에 들어가 시내버스도 안다니고 전철이 올 스탑 됐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1980년 TWU의 파업으로 대중교통이 끊긴 적이 있다고 하나 이를 겪지 않아서인지 만약 파업이 이뤄지면 전쟁터를 방불케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일상생활과 밀접한 TWU의 소식을 듣기 위해 출근 전 미 주요방송의 뉴스 채널을 튼 순간 이번 사태로 배운 점에 대한 의견을 모은다는 안내 방송이 나왔다.아직 해결되지 않은 시점에서 이 사태로 배운 점이라면 대처법, 예방법, 대중교통의 편리성, 정책 결정의 중요성 등 개인에 따라 다양한 교훈들이 나열될 것이다.


그럼 비슷한 시각 한국에서 터진 황우석 박사의 줄기세포 진실 게임에서 배운 점은 무엇일까?아직 그 진실의 베일이 확실하게 밝혀지지 않은 시점에서 이를 논한다는 것은 시기상조일 수도 있고 나름대로 진행과정을 보면서 남이 보지 못한 시각에 열을 토할 독자도 있을 것이다.황우석 박사가 난치병 환자들에게 희망을 주는 연구결과를 발표했을 때 전 세계는 떠들썩했으며 한국인들은 뿌듯한 자부심을 갖게 됐다. 미국에서 교육받는 우리 후세들도 미 주요 언론에서 보도된 한국 과학자의 소식을 접하면서 뿌듯함을 맛보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 과학기술이 발표되기 전부터 미 언론과 과학계에서는 한국 과학기관의 난자 채취 문제가 비판의 대상이었다(질투심이 포함돼 있을 지도 모르지만...). ‘나의 생명이야기’란 책에서 황우석 박사는 하루 1,000개의 난자를 다룬다고 밝혔다. 또 일부 황 박사 지지자들은 자연스럽게 생성되고 사라지는 난자를 활용하는 것이 뭐가 문제가 되느냐고 반박하기도 했다.

알려져 있듯이 난자 채취는 과배란 촉진제를 주입하고 마취를 하며 후에 어떤 후유증이 발생할지 모르는 위험 속에서 이뤄진다. 여성은 일반적으로 14세에 월경을 시작 49세쯤에 폐경, 한달에 1개씩의 성숙된 난자를 배출, 평생 420개 정도 생성하게 된다. 그리고 이는 자연적으로 이뤄
지는 것 같지만 신의 역할을 대행하는 인간의 재창조 작업으로 복잡하고도 신비로운 생리현상의 비밀이 숨어있다.황 박사의 사태로 우리가 반드시 짚고 넣어가야 하는 것 중 하나가 윤리의 문제이다. 과학을
핑계로 생명이 달려있는 난자가 거래되거나 여성 생명에 유해한 일을 정서적으로나 법적으로 쉽게 생각해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과학의 기술만큼이나 윤리의 중요성도 소중히 여기는 한국인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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