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우리는 무엇에 참여하고 사는가?

2005-12-16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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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태(시인)

도날드 트럼프 하면 알아주는 미국의 부자다. 그의 축재방법은 부동산을 사고 팔면서 생긴 이윤을 부동산에다 다시 투자하는데에 있었다. 그가 갚아야 할 은행빚이 얼마인지는 모르겠으나 부동산의 대부자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런 사람이 최근에는 남들도 부자로 만드는 방법을 가르쳐 주겠다고 세미나를 열었다. 내용인 즉, 별로 거들떠 보지 않는 헌 건물이나 열악한 주위환경에 눌려 아무도 돌보지 않은 부서진 건물을 사서 정상적으로 수리를 하거나 개조를 한 후 세를 놓았다 파는 방법으로 커다란 이윤을 챙겼다는 내용이다.

부자가 되는 방법이 그것 하나이겠느냐만, 나의 관심은 거기에 있는 것이 아니다. 한국사람이 몇이나 왔나 하는 데에 관심이 있었다.한 사람도 없었다. 돌아다 보니 중국사람들이 대다수이고 인도사람들이 많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플러싱의 메인스트릿 주변의 건물들이 중국인들에게 다 넘어간 데에는 거기에 걸맞는 마땅한 이유가 있었구나 하는 생각을 하니 아쉽다는 생각에 앞서 부끄러워진다.시의원이나 교육위원, 심지어는 상,하원에 출마한 사람들의 정견발표 장소에 가 보아도 마찬가지다. 평소에 그렇게 많던 정치에 대한 관심은 무엇이었나? 만리타향에 와 살면서 자기가 사는 지역이나 자기가 속해있는 국가에 대한 관심은 엄두 조차 내지 않고 아무도 듣지 않는 먼 한국정치에다 정열을 쏟아 붓는다.


조국을 걱정하는 마음이야 이해를 하겠지만 정치란 조직 속의 운영이다. 조직의 일원이 되어야 하고 조직의 일원이 되어야 큰 힘을 낼 수가 있다. 조직의 일원이란 멤버십이 아니다. 공약에 동의하고 의견에 동의를 한다면 이미 조직 속의 일원이 되는 것이다.부자가 되는 방법을 가르쳐준다는 고마운 자리에는 한 사람도 없고 세금을 적게 내는 방법을 가르쳐준다는 자리에는 사람이 많다.선생님으로부터 문화민족이라고 귀가 따갑게 배운 우리, 문화행사가 열리는 곳마다 문화민족이 보이지 않아 텅텅 비어 있다. 이해관계가 직결되는 자리에도 관심이 없으니 문화행사를 말하면 무엇하리! 미술전시회장에 가보면 걸려있는 미술작품만이 생기없는 하품을 하고 있고 아름답기 그지없는 시 낭송 자리에는 잔잔한 음악소리만 빈 자리에 가서 앉는다. 생긴지 몇달 가지 않아 문 닫기 십상인 식당들이나 퇴폐의 온상으로 상징되는 룸싸롱이나 싸우나탕, 또한 횟집들이나 포장마차, 아니면 노래방이나 춤방들이다.

한국의 남북전쟁이 휴전으로 끝난 폐허의 도시 서울, 산다는 것이 차라리 신기했던 50년대에도 생기는 건 대포집 아니면 끼니도 시원치 않은 시절에 생기는 건 다방이었다. 차 한잔 앞에 놓고 조용히 담소하는 여유로운 분위기가 아니라 남의 돈을 가로채는 브로커들의 사무실이 다방
이었다.내과의사는 사람의 내장을 수리하고 치과의사는 사람의 치아를 수리한다. 외과의사는 사람의 외부를 수리하고 안과의사는 사람의 눈을 수리한다. 또한 정신과 의사는 사람의 정신을 수리한다. 우리의 정신문화와 생활의식을 고쳐줄 특효약은 없으며 특효약을 발견해 낼 의사는 없는가!
사람은 원래 육식동물인지라 여유가 없으면 독을 품고 사나워진다. 재정에서도, 정신에서도 여유를 찾아야 한다. 돈벌이 방법을 가르쳐준다는 세미나가 얼마나 좋은가! 마음에 여유를 준다는 문화행사가 얼마나 좋은가! 권익신장을 위한 정치인들의 정견발표장이 얼마나 좋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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