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전 통일원장관 강연을 듣고

2005-12-14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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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 정 순 (대뉴욕지구 원로성직자회 부회장)

지난 2일 개최된 정세현 전 통일원장관의 연설을 듣고 필자는 이 때까지의 김대중, 노무현 정권에 대한 대북한 경제협력과 원조에 대해 매우 비판적 내지 거부하던 견해에서부터 어느 정도 긍정적인 생각으로 변하게 되었다.

그의 강연 내용중 주목할 사항은 첫째, 지난 20년 동안 대북경협과 원조를 통해 북한은 계혁 내지 통제경제정책에서부터 자본주의 시장경제체제로 서서히 전환해 가고 있으며 개혁 개방정책으로 전이(轉移)해 가고 있다는 사실이다.평양 시내에는 북한정부가 점포를 건설하여 임대함으로써 시장을 허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6.25남침 때 남한 공격 루트였던 개성과 금강산 육로는 군사적으로 매우 예민한 군사시설지대인데도 대형급 남북한 실무회담 때 북한 군부측이 먼저 개성공단 개설과 금강산 육로 개설을
제의해 왔다는 사실이다.


북한의 경제와 문화 등의 변화로 북한군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어왔다고 한다. 모든 주택은 매매 금지상태였는데 이제는 중개인 제도, 중개료도 징수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주택매매도 정부 묵인하에 이루어지고 있는 것 같다고 한다.전 콜린 파워 미국무장관의 군사위성 사진을 보고(개성 북방 일대의 공단 개설을 보고) Peace Expressway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철조망이 철거되고 육로와 남북간 경의선 철도가 연결된 것을 보고 한 말이다. 즉 최근 7년간 휴전선 일대의 엄청난 평화적 변화를 보고 하는 말일 것이
다. 다시 말해서 평화적 고속도로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김대중 정권의 햇볕정책은 어떠한 이유에서 수정되게 되었을까? 남한의 GNP가 1,000억달러인데 반해 북한은 200억달러이니 김영삼 정부 때부터 이제는 남한측이 언제 남북접촉을 시작해도 자신이 있다고 생각하였기 때문이다. 남한의 국력이 북한보다 월등하게 약하다면 남
북교류는 엄두도 못냈을 것이다. 남북의 인적교류를 보더라도 큰 변화가 생겼다는 것이다. 1990년도에 3,300명이, 2004년에는 2만6,000명, 작년 상반기에는 2만9,000명, 금년에는 8만9,000명이 남북을 내왕하였다고 한다.
북한의 경제실정은 평양을 제외하고는 50년 전의 남한의 경제실정 그대로라는 것이다. 현재 북한은 통일전선을 결정할 능력도 없다고 한다. 개성공단 내의 북한노동자의 임금은 월 57달러라는 것이다. 그러니 개성공단에서는 값싼 노동임금으로 생산을 시작하니 생산비가 저렴하여 남
북이 서로 상생하는데 적합하다고 한다.


중국 산동성이 임금 130달러, 만주 일대가 100달러이기에 현재 중국이 북한에 막대한 경제원조 미명 하에 북한에 경제적, 정치적 야심을 갖고 침투함이 우리 남한측으로서는 큰 타격이요, 위협이라는 것이다.둘째 문제는, 안보문제이다. 북한군의 포탄 사정거리가 남한의 평택까지인데 평택 이북의 남한 인구는 총 2,900만명이라니 만일 전쟁이 일어난다면 2,900만 남한인구가 희생될 것이라는 것이다. 4,000만 인구의 3분의 2가 희생된다고 한다. 이것이 강경 일변도에서 유화정책을 쓰지 않을 수 없는 실정이라는 것이다.

과거 20년 동안 북한에 대해 평화 공세로 경협을 통해 전쟁을 미리 예방해 왔다고 한다. 이러한 실정을 깨달았을 때 퍼주기식 대북 식량, 비료 등 경제원조를 중단하라고 외치던 우리 재미동포(필자 포함)들은 이제는 남한의 현실과 실정을 이번 정 장관의 강연을 듣고 이해하게 되어 참으로 다행한 일이라고 생각한다.재미동포인 우리는 이제부터는 남한의 이러한 지리적 조건과 실정을 알았은 즉 미국 조야에 이러한 남한의 실정을 기회 있는대로 설명하여 미국이 일방적으로 북에 대해 강경 일변도로 갈 것이 아니라 유연하게 평화적으로 인내심을 갖고 연착륙으로 남북이 평화적 통일을 성취할 수 있도록 설득하고 이해시켜 전쟁을 억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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