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넥타이

2005-12-14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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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치 우 (복식가)

서양사람들이 동양의 옷, 더우기 한복 저고리 앞섶에 자주색 고름을 매고 소매 끝에 남색 끝동을 왜 달아야 하는지 잘 모르는 것 같이 우리도 서양 양복을 입고 있으면서 넥타이에 대해서 잘 모르는 것 같다.
아무튼 남성이나 여성이나 목 부분이 헤벌어져 있는 모양은 단정치 못해 보일 뿐만 아니라 예의스럽지도 않게 보이는 느낌을 갖게 되는 것은 동서양 할 것 없이 옛날이나 지금도 다름없는 것 같다.

어느 옷을 보아도 목 부분이 잘 여며져 있다. 우리 한복도 옛날에는 세탁을 자주 못했어도 동정만은 더럽기가 무섭게 자주 갈아대어 입었었다. 그같은 시절에 서양 여성의 옷을 보아도 목이 노출되어 있지 않다. 오늘날과 같이 현대 패션이 목을 한없이 풀어젖혀 놓았지만 목부분 처
리에 관심을 두었던 것은 사람이 옷을 입기 시작했을 때부터였나 보다.
오늘날 우리가 매고 다니는 넥타이의 유래는 크러벳(Crevat), 레이스로 꾸민 일종의 스카프 같은 것을 목에 감아 매고 다녔던 영국의 16세기 사회로부터 시작되지만 그 전에도 천으로 접어서 목에 감아 매고 다녔었다.
17세기에 들어서는 고래수염으로 만든 것을 목 뒤에서는 끈이나 버클로 고정하고 앞에는 리본 모양이나 매듭으로 하는 모양은 퍽 사치스러웠던 것 같다. 이러한 아주 정교한 치레는 18세기 그리고 중반에 와서는 묶는 형식으로 바뀐다.


앞으로 한번 감아 빼는 아스코트 타이, 리본처럼 매는 보우타이, Y자 모양의 포 인 핸드(Four in hand), 근래 많이 매는 양쪽으로 감아 빼는 세모꼴 모양의 윈저 넛 등 지금까지 근사한 형태로, 대강 거슬러 보면 400여년을 내려오면서 넥타이는 남성복에 액센트를 내는 하나의 액세서
리라기 보다 목에 입는 것이라고 해야 옳은, 마치 여성의 앙상블처럼 빠져서는 안되는, 결여되서는 안되는 노 타이 노 젠틀맨, 여기에 둔 말이다.
넥타이는 색은 물론이려니와 매어진 매듭을 보면 그 사람의 성격이나 취향을 잘 엿볼 수 있다고 사람들은 말한다. 어떤 사람은 얼굴을 보며 대화하는 것이 아니고 그 사람의 넥타이 맨 것을 보며 대화한다는 넥타이억설 예찬론의 뜻을 새겨들을만 하다.

만약 어떤 미혼여성이 배필을 고르려 할 때 남성이 넥타이를 매고 나타난 것을 보면 상대가 어떤 성격의 소유자인지 설문한다면 넥타이 색이 화려하면 성격도 밝다. 또 넥타이 매듭을 꼭 단단히 맨 사람은 야무질 것이고, 반대로 느슨히 맨 사람은 매사에 허술할 지도 모른다. 또 매듭에 골이 지게 맨 사람은 어딘가 소프트하고 로맨틱스럽다는 등 이렇게 답할지 모른다. 아무튼 넥타이는 매는 스타일도 각양각색이지만 매듭을 꼭 단단히 늘어지지 않게 매어야 한다.

지금 한국사회에서는 드레스 코드(Dress Code)가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고 한다. 사람들의 장소와 상황에 따른 복장 관행이 무너지고 있다는 소리다. 그것은 물론 그 사회 뿐만 아니지만, 어느 남성 패션 디자이너는 남성복에 거추장스러운 넥타이는 없어져야 한다고 한다.400여년이나 매어온, 또 400여년이 지나면 아마 없어질지 모를 넥타이를 없앤다고 외치는 그 사람은 다른 나라 사람이 아니고 유교의 중용(中庸), 불교의 중도(中道)사상의 뿌리를 가진 우리나라 사람이다. 그런데 이런 흑백 극단의 생각을 갖고 튀어서 세상을 시끄럽게 하는 사람들이 그 나라에 창궐하고 있는 것은 어찌 남의 나라 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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