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세모의 향수

2005-12-13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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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병국(픽포스터 대표)

또 한 해가 서서히 저물어가고 있다. 유수와 같은 세월은 쉬지 않고 앞만 보고 전진하며 뒤는
돌아보지도 않는다. 그래서인가 지나간 과거는 숱한 사연의 추억과 잊혀지지 않는 사람들의 영
상들만 남겨놓고 아스라히 한 순간으로 사라져 가는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 다가올 앞날들은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캄캄한 저편에 서서 모든 사람들의 운명을 좌지우지하고 있는 것이다.

모든 사람들은 해가 바뀔 때마다 앞날에 대한 희망과 포부를 갖고 크게 나래를 펴고 싶어한다. 또한 새로운 생활의 설계와 새로운 사업을 구상하면서 새해를 맞이하지만 덧없이 일년이 지나가고 연말이 되면 매년 똑같은 생활 속에서 변함없는 자신의 생활을 발견하고 씁쓸해하면서 묵
묵부답 하는 마음으로 숙연해진다.이제 2005년 마지막을 장식하고 있는 현시점에 서서 지난 한해를 회고해 본다. 국내외적으로
다사다난했던 2005년도는 지구촌 곳곳에서 발생한 수많은 각종 천재지변으로 말미암아 수많은 인명과 재산을 하루아침에 덧없이 잃고 말았다. 이라크전쟁과 각종 테러집단들의 끊임없는 갈등 역시 전세계적인 공포의 대상으로 하루도 편한 날이 없는 연속이 나날들이었다.
여기에 수반되어 각종 경제의 어려움들은 서민생활에까지 이어져 생활고의 어려움들로 전전긍긍하는 한 해를 보냈다.


조국에서는 우선 남북통일의 초석을 다지고 있는 북한과의 각종 거래를 통해서 희비가 엇갈리고 있으며 6자회담은 북한의 무성의한 태도로 인하여 별 결과 없는 회담으로 추락하고 있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또한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있는 정치의 현상은 한마디로 타락상의 퇴보하는
모습으로 불안하기 짝이 없는 난맥상을 형성하고 있다.
새해를 맞이할 시점에 서 있으면서도 잘못에 대한 각성과 시정보다는 상대방 험집내기에 혈안이 되어 물고 물리는 냄새나는 정치싸움으로 사회가 불안하며 경제의 각종 지수는 높은 쪽으로 나타나 외적으로 거들먹거리고 있으니 실질적인 서민경제는 연말을 맞은 12월 동토에 꽁꽁 얼어붙고 있는 실정이다.

벌써 크리스마스 캐롤송들이 전파를 타고 울려퍼지고 거리의 크리스마스 장식들이 휘황찬란하게 빛을 발하며 한 해를 아듀하고 있다. 옛날 어렸을 적 동심으로 돌아가 연말 분위기에 취해 어려운 만사를 한때나마 잊고 싶어진다.빙 크로스비의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따뜻한 커피향에 취해 조용히 듣고 싶어진다. 흰 눈이 내리는 명동과 종로거리를 메우며 몰려나온 선남선녀들과 어울려 보신각 타종음에 맞추어 신나게 33번을 합창하던 그 모습들이 눈에 어른거린다. 이제 인생 황혼에 서서 지나간 추억을 이렇
게 생각한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가.

20여년 미국생활에서 우리는 이러한 모든 추억들을 잊고 살아왔다. 눈 감고 주마등 같았던 옛날을 음미하면서 친구 한 사람 한 사람을 그려본다. 다시는 되돌아올 수 없는 세월의 무정함을 원망하면서.
또 한 해가 서서히 저물어가고 있다. 우리 모두 지난 한 해 여러가지로 어려웠던 삶의 난제들을 훌훌 털쳐버리고 밝아오는 대망의 신년 새해, 희망을 향해 힘차게 전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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