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경찰폭력저지위원회’의 역할

2005-12-13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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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재호(취재1부 기자)

올해 뉴욕 한인사회에는 경찰들이 연관된 폭행사건이 연이어 발생, 한인들의 마음을 얼룩지게 했다.지난 7월13일에는 한인 밀집지역인 플러싱에서 ‘더블 파킹’된 차량에 탑승한 한인 2명에게 3
명의 사복경찰이 접근, 차를 빼라고 요구하던 과정에서 몸싸움이 벌어져 한인 1명이 심한 부상을 입었다. 또한 지난 8월18일에는 40대 한인 남성이 자신의 개가 옆집 고양이를 물었다는 어이없는 이유로 3명의 20대 백인 남성에게 일방적으로 구타를 당했으나 출동한 경찰들은 피해자
인 한인남성만을 체포했다.

주목할 사항으로는 이 두 사건으로 한인들은 모두 폭력혐의로 기소됐지만 폭력을 가한 경찰을 비롯해 백인남성들에게는 어떤 조치도 취해지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단지 관할 경찰서 서장이 지난 8월1일 기자회견을 통해 ‘경찰 내사과에서 조사중으로 결과가 곧 발표될 것이다’고만
밝힌 것이 전부였고 실제로 이들 경찰들에 대한 조치가 내려진 처벌은 전무했다. 이같은 관할 경찰측의 태도로 인해 한인들의 직접적인 대응이 요구되자 몇몇 한인 지도자들은 ‘경찰폭력저지 위원회’를 발족, 경찰들이 주민들을 부당하게 대하는 사태의 예방에 나섰다.


‘경찰폭력저지위원회’는 발족 당시 ▲경찰 공권력이 부당하게 시민들을 대하고 인종 차별적인 행위를 범하지 않도록 경찰·시민 대상 소양 교육 실시 ▲시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인종 차별에 대한 사례를 접수하고 관할 경찰서와 검찰청에 협조 요청 등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
련, 위원회는 1회의 소양교육을 비롯해 몇 번의 기자회견을 실시했다. 그러나 로비활동, 집회와 같은 실질적인 활동은 찾아 볼 수 없었다. 반면 존 리우 뉴욕시의원은 직접 나서 매 공판마다 집회를 열고 피해 한인들의 후원에 나서 많은 한인들에게 좋은 이미지를 심어 주었다.

어떤 일이든지 시작과 그 진행 과정, 결과가 모두 중요하다. 취지는 좋았지만 아직까지는 시작단계로 활동이 크게 부족한 ‘경찰폭력저지위원회’. 위 사건들과 같은 폭력사건이 계속해서 발생하고, 영어, 신분 등의 문제로 한인들이 당하고만 있는 사례가 늘어나면 점점 경관들의 공권력에 휘둘려 어깨한번 제대로 못 피는 한인들 또한 늘어나게 될 것이다. 경찰관의 공권력 남용을 방지하고 피해 한인들을 돕겠다고 나선 만큼 새해에는 보다 효과적인 활동을 계속해 나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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