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불우이웃에게 관심을...

2005-12-10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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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노열(취재2부 차장대우)

얼마 전 브롱스에 거주하는 50대 한인 남성 이모씨가 궁핍한 극빈자들을 수년 동안 돕고 있다는 얘기를 우연하게 듣게 됐다. 며칠동안 수소문 끝에 주인공을 찾아냈으나, 그는 인터뷰에 응하지 않았다. “엄청난 일도 한 것도 아닌데...”라며 남몰래 해온 자신의 선행을 드러내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다른 이들에게 모범이 되고 선행을 확산시키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몇번이나 설득해도, “중요한 것은 도움 받는 이들의 생활”이라며 결국 인터뷰를 마다했다.

김시용 전 뉴욕드라이클리너스협회장도 이씨와 마찬가지로 말없이 보이지 않는 이웃사랑을 실천하고 있는 한인 가운데 한명이다.
지난 20년 가까운 세월동안 매년 겨울만 되면 수천 점의 의류를 수집해 홈레스들에게 전달해오고 있는 그는 올해도 어김없이 협회원들의 업소를 일일이 방문해가며 의류 6,000여점을 브루클린 보로청에 기탁했다.


사실 이모씨나 김시용 전 회장처럼 묵묵히 불우 이웃을 자기처럼 위하는 ‘따스함’을 요즘에 접하기란 그렇게 쉽지 않은 일이다.
한인 봉사기관 종사자들에 따르면 연말이면 ‘불우 이웃을 돕자’는 소리는 높지만 해가 갈수록 온정의 손길은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구세군의 자선냄비 주위는 기온 만큼이나 썰렁한가 하면 양로원 등 복지기관들이 자체적으로 벌이고 있는 기금 접수창구 또한 예년에 비해 한산하
기는 마찬가지란다.

하지만 고개를 돌려 한인 타운의 식당이나 연회장 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어떤가. 벌써부터 송년회다 사은회다 해서 모여든 사람들로 만원을 이루고 있는 양상이다. 일부에서는 간혹 고성방가를 동원한 흥청망청 망년회 얘기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이제 며칠 남지 않은 올 한해를 어떻게 마무리 지을까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할 것 같다. 흥청망청 한해를 흘려 보내기 보다 김 전회장이나 브롱스의 이모씨처럼 주위의 불우 이웃에게 온정을 베풀 수 있다면 그만큼 연말을 풍요롭게 할 수 있는 게 아닐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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