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불법체류자와 형사사건

2005-12-12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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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중돈(법정통역)

이곳 퀸즈 형사법원에 입건되는 한인들 중에는 이상하게도 거의 대부분이 불법체류자들이다. 왜 불법체류자들이 주로 체포되는지는 알 수 없는 일이지만 아무래도 미국 생활이 상대적으로 짧다보니 미국식 생활에 아직 익숙하지 않아 쉽게 범법행위에 연루되는 것이 아닌지 생각해 볼
따름이다.

불법체류자가 형사사건에 연루되어서 경찰에 체포되고 재판에 회부된다고 하더라도 그들의 불법체류 상태를 이민국에 통보하거나 체류 상태의 합법성 여부를 따지지는 않는다. 불법체류 여부는 어디까지나 연방법에 근거한 것이고 주법(州法)에 근거한 형사사건을 다루는 형사법원이
알 바가 아니기 때문이다.다만 미국 시민권자가 아닌 사람이, 불법체류자 뿐 아니라 합법체류자라 할지라도 중범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거나 특정 부도덕한 범죄를 저질러 유죄 판결을 받으면 이민법상 추방 대상이
된다. 마약, 도박, 성범죄 등이 이에 해당된다.


그런데 최근에 이런 범주에 속하는 죄로 유죄 판결을 받지 않았는데도 이민국이 신병을 인수하고 바로 추방절차에 들어간 사례가 있었다. 그 사람의 죄질 때문이 아니라 순전히 불법체류자라는 신분이 이민국에 알려졌기 때문에 생긴 일이다.경범 혐의로 체포되어온 청년이 있었다. 이 청년이 한 해 전에 경미한 사건으로 입건된 적이 있었는데 재판에 출석하지 않아 체포영장이 발행되어 있었다.

이런 관계로 보석금이 책정되었고 이를 지불하지 못해 형무소에 수감된 상태에서 재판을 받게 되었다. 이번에 체포된 사건이나 미결로 남아있던 풍기문란 사건 역시 결국 얼마간의 벌금형을 받거나 몇일간의 봉사활동 명령을 받는 정도로 끝날 경미한 것이었다. 그런데 이 청년이 형무
소에 갇혀 있는 상태에서 이민국이 이 사람의 불법체류 상태를 알게 되었고 바로 추방조치를
위해 이민국이 신병을 인수해버린 사건이 있었다.
실형 선고를 받고 복역하고 있거나 법원이 정한 보석금을 지불하지 못해 구치소 또는 형무소
에 갇혀있는 상태에서 재판을 받게되면 이민국이 그들의 신분상태를 조회하게 되는 데이터 시
스템이 마련되어 있어서 불법체류자인 것이 밝혀지게 되고 이민국의 수배자 명단에 올라있을
경우 신병을 인수해 간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형무소에 들어가 있으면 이민국이 불법체류자인 것을 알게 되고 이민국은 추방조치를 취하게 된다는 뜻이다.

미국의 형사범 처벌 관행은 일반적으로 초범에 대해서는 상당히 관대한 편이다. 음주운전의 경우에도 사고가 연결되지 않았거나 알콜 농도가 특별히 높지 않을 경우 초범에 대해서는 형사범죄가 아닌 도로교통 규칙 위반행위에 해당되는 관대한 처분을 해 준다.그러나 재범이나 누범(累犯)에 대해서는 오히려 아주 엄격한 편이다. 두번째로 음주운전 혐의로 체포되면 거의 자동적으로 형사범죄에 해당하는 유죄 판결을 받게 된다. 한인들 중에 같은 죄목으로 되풀이해서 체포되어 오는 사람이 많다.

음주운전 혐의로 두번 또는 세번째로 잡힌 사람, 매춘혐의나 불법 마사지 혐의로 체포된 적이 있는 사람이 초반의 후한 처벌에 안심하고 계속 같은 일을 하다가 체포되어 들어오는 사람이 많다. 이런 사람들에게는 입건되는 날 보석금이 책정될 가능성이 아주 높아진다.보석금이 책정되면 이를 지불할 때까지 형무소에서 지나야 하며 형무소에 갇혀 있는 불법체류자인 경우에는 이민국이 이를 알게 된다.그러므로 불법체류자가 특히 유의해야 할 것은 보석금이 책정되었을 때에는 빨리 조치하지 않으면 이민국의 조치가 따른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리고 불법체류자가 되풀이해서 범법행위를 하게 되면 스스로 추방을 자초하게 되는 것을 명심해야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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