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우경화

2005-12-09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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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찬(취재2부 차장)

한인 1.5세인 K모씨는 전통적인 공화당원이지만 조지 W. 부시 대통령 당선과 재선 이후 “미국이 잘못 가고 있다”며 열을 식히지 못하고 있다.
K씨는 부시 대통령의 이라크 전쟁과 각종 대외 정책, 국내 정책들을 일일이 지적하면서 자신이 알고 있던 공화당의 가치를 훼손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국가라는 이름으로 개인의 사생활이나 소수들의 권익을 무시하는 것 등이다.그가 가장 화를 내는 부분은 부시 대통령이 미국내에서도 극단적이라고 평가받는 남부의 기독교 지도자들처럼 국가와 신의 이름으로 대내외 정책을 수행한다는 것이다. 낙태와 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반대, 이라크 전쟁을 ‘하느님을 대신한 전쟁’이라는 식으로 설명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변화보다는 전통 유지에 초점을 두는 보수 입장에서 더 나아가 전체주의적인 요소를 보이고 있어 불안하다는 것이다. 전부 옳은 것은 아니겠지만 소수계나 이민자에 대한 정책들을 보면 고개가 끄덕여지는 부분이 적지 않다.


얼마전 프랑스에서 일어난 소요사태에서 보듯 전세계적으로 우경화 현상이 뚜렷하기는 한 것 같다.지금 한국에서도 ‘뉴 라이트’라는 보수적인 목소리가 계속 커지고 있다. 굳이 말하자면 ‘신 우익’이라는 것 같은데, 기존의 우익과 새로운 우익의 차이점이 무엇인지 아무리 정강을 살펴봐도 알 수가 없다.

사실 6.25전쟁을 겪고 수십년을 분단, 대치해온 나라에서 좌익이라는 개념은 거의 없다고 봐도 괜찮을 듯 싶은데. 굳이 좌우익을 나누다보니, 우익의 개념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모두 좌익으로 보이는 모양이다. 국가주의적인 보수 개념이 강해지면 다양한 사회의 목소리를 낼 수 없게 되고, 결국 획일화된 국가의 틀 속에서 한 개인이 소모품이 되어버린다는 것은 그동안 군사독재시대를 지나오면서 경험한 것인데, 왜 굳이 그 길로 돌아가는 지 이해할 수 없다.

요즘 한인사회에서도 기존 사고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별 것도 아닌 일에 흥분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색안경을 쓰고 보면 세상이 그렇게 밖에 안보인다.미국에 살다보니 “그동안 좁은 나라에서 별 것도 아닌 일 가지고 왜 그렇게 싸웠는지” 이해가 안될 때가 있다. 상식 수준에서 판단하면 흥분할 일이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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