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외로운 달

2005-12-07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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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혜(취재2부 부장대우)

12월은 연말이다 크리스마스다 해서 사람들을 들뜨게 하지만 독거노인이나 오갈데 없는 외로운 사람들에게는 더욱 춥고 외롭게 느껴지는 달이다.
이맘때면 길거리마다 요란한 크리스마스 캐롤 음악이 울려 퍼지는 한국과는 달리 미국은 대체로 가족과 함께 하는 분위기라 성탄절인데도 조용하기만 하다.

셀룰러폰이나 인터넷 발달로 크리스마스카드 쓰는 일이 줄어들었다. 신문사에서 일하다 보면 가끔 외로운 한인 노인 분들의 편지를 받게 된다. 최근 얼마 전까지 긴 장문의 편지를 보내주는 분이 있다. 편지지 앞뒤로 빼곡하게 깨알 같은 글씨들을 적은 편지를 미처 다 읽지 못한 채 책상위에 올려놓은 채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갔고 계속해서 같은 노인으로부터 편지가 날아왔다.


읽어보면 명확치는 않지만 뭔가 하소연을 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는 내용인 것 같았다. 그리고 또 얼마 후 이 노인의 긴 장문의 편지는 다른 기자들에게도 돌아가면서 배달됐다.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에는 아주 몸이 작고 마른 외국 할머니 한 분이 혼자 살고 있다. 양손에 장 본 물건을 든 이 노인과 몇 번 마주 친 적이 있었는데 그때마다 현관문을 열어준 것이 고작인데 너무 고마워하며 참으로 많은 질문을 퍼붓는 것이다. 함께 계단을 오르는 동안 단 몇 분도 안 되는 짧은 시간에 하루 동안 겪은 일들을 다 이야기 하려하고 복도에서 마주 칠 때 마다 무척 반가워한다. 아주 오래전 스태튼 아일랜드의 한 양로원을 취재 갔을 때 가족을 그리워하던 한인 노인들이 생각난다.

이곳에는 낯선 미국 땅에서 찾아오지 않는 자식들을 애타게 기다리면서도 남들이 욕할까봐 자식에 대해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는 한 치매 노인이 떠오른다.주변에 외로운 독거노인이 있다면 따뜻한 말 한마디라도 건네는 것이 큰 위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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