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60K! 울트라 마라톤!

2005-12-07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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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이주(뉴욕한인마라톤클럽 회장)

‘울트라 마라톤! 50대여 안녕!’ 하는 문턱에서 안간힘을 쓰지만 흐르는 시계 초침은 나의 마
음을 아는 체 하지 않고 똑딱! 똑딱! 뒤도 돌아보지 않고 앞만 보고 간다. 돌아올 수 없는 50대
고개, 이제 60대를 향해 갈 수밖에!
필라델피아 마라톤을 끝낸 지 6일만인 지난 11월 26일 울트라 마라톤으로 불리는 ‘제20회
Running Knickerbocker’에 젊은 Junior로서 패기있게 도전의 깃발을 들었다. 아침 일찍 일어나 준비하고 밖으로 나오니 유도용 님도 문을 열고 나오면서 “안녕” 한다.

둘이는 딸 승택이가 운전하는 뒷좌석에 앉아 ‘어떻게 하면 부상 없이 달릴 수 있을까?’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차는 뉴욕 로드러너스(NYRR) 사무실 앞에 도착했다. 번호표를 앞뒤로 달고 출발지점에 오니 김소향 님도 특유의 활달한 웃음으로 완주를 기원하는 “힘”을 외친
다.미친 러너 140여명과 함께 출발 선상에 서서 길고도 먼 결승점을 향한 총성을 기다렸다. 코스는 East 90 Street에서 북쪽으로 출발해 102 Street까지 갔다가 되돌아 East Drive Way 남쪽으로 달려, 72 Street에서 오른쪽으로 돌아 West Drive Way 북쪽으로 가다 102 Street에서 오른쪽으로 돌아 90 Street까지 돌기를 9바퀴를 돌면 된다.


아내, 승택, 전중표 씨 등의 전송을 받으며 달리기 시작했다. 약간은 구름 낀 날씨로 기온도 나에겐 알맞았고 몸도 나쁘지 않아 첫 번째, 두 번째 바퀴를 유도용 님과 같이 유니폼은 물론 모자까지 똑같이 입고 쓰고 센트럴 팍의 주로를 힘차게 헤쳐 나아가니 모든 러너들이 “Korea”
를 외쳐주고 힘을 실어 주었다. 관광객들도 고개를 돌려 호기심 있게 바라보다 “60킬로미터를 달린다”라는 말에 “Good Luck”하고 격려해 주었다.

나의 고향 같은 센트럴 팍! 이렇게 잘 꾸며진 세계 제일의 공원에서 마음껏 달릴 수 있다니… 꿈속에서 존재하는 현존의 ‘나’라고 생각하니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나이 같았다.미래의 파아란 꿈만 꾸던 젊은 시절은 어디로 가고 ‘내년에도 이 자리에서 이렇게 달릴 수 있을까?’ 하는 암울한 미래를 걱정하는 나이 60이지만 달리는 달림이는 연령에 구애받거나 죽음에 두려움이 없다.5바퀴(22마일)부터는 조짐이 좋지 않았다, 에너지 저축량이 적었는지 지난 경기 후 후유증이 있는지 50대 후반 체력의 한계인지 발바닥이 아프다. 힘이 달린다는 증거다, 그러나 나에게 ‘Give Up’이란 단어는 없다. 동반주하던 이병환 님이 용기와 힘을 준다. 앞으로 남은 거리는 경험에 의거 인내력, 정신력으로 달려야만 했다.

6바퀴(26마일)부터는 전중표 님이 동반주로 나섰다. 피로할대로 피곤하고 지칠대로 지친 몸, 눈에는 별이 보이고 몸을 가눌 수 없이 발바닥이 아파오지만 나는 ‘달려서 완주해야만 한다‘라는 집념 외에는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았다.완주를 기다리는 가족이 있고 회원이 있다. 그러기에 나는 해내야만 한다 라는 집념이 나를 계속 달리게 했다.

나머지 1바퀴(4마일)를 남겨 놓았을 때는 완주의 희망이 보였고 저 멀리 밝은 태양이 떠오르는 듯했다. 드디어 140여명의 출전 선수 가운데 33위로 결승점을 밟았다. 전중표 님의 동반주로 끝을 맺고 보니 최인숙 님과 이병환 님의 환영에 가슴이 뭉클했다.모든 사람들에게 감사한다. 성원해준 모든 회원들, 나의 아내와 아들, 딸! 당신들이 있기에 내가 있다고 나는 생각하기에 그 고마움에 보답코자 울트라 3번을 완주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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