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중심과 변두리

2005-12-06 (화)
크게 작게
나정길(수필가)

한국에서 보았던 세계지도는 아시아가 중앙에 있고 아메리카는 태평양을 사이에 두고 오른편에 위치하며 유럽과 아프리카는 왼편에 자리한다. 아시아 중심의 지도이다.미국에서 보는 세계지도는 유럽이 중앙에 자리하고 대서양을 사이에 끼고 아메리카가 왼편에 위치하여 훨씬 가깝게 보인다. 아시아는 오른쪽에 치우쳐 유럽과 아메리카 중심무대 처럼 보인다. 한국은 아시아의 동쪽 끄트머리에 위치해 그들이 극동이라고 변두리처럼 불렀는가 보다.둥그런 지구본을 놓고 보면 어디가 중심이고 어디가 변두리인지 쉽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

인간들은 자기 멋대로 자기와 자기 집단 위주로 자신들을 중심에 세우고 다른 사람과 다른 집단은 변두리에 돌려 소홀히 생각하는 것이 습관되어 졌는지도 모른다.역사는 언제나 강자들 중심으로 움직이고 약자는 변두리에서 숨을 죽이고 연명해 가는 것을 최선의 선택으로 삼았다. 중국 중원에 새로운 강자가 등장할 때마다 변두리 국가인 반도 땅은 늘 시달림을 당해야 했다. 중국에서 만들어진 지도는 중국이 세계의 가운데라는 교만함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서양사의 중심 무대는 그리스에서 로마로, 로마의 분열과 멸망은 유럽이 새로이 중심 무대로 바뀐다. 다음에는 영국이 해상권을 쥐고 세계로 뻗어간다. 이 시대에 보다 정확한 세계지도가 필요했을 것이고 영국의 그리니치를 0도로 해서 동서로 각각 180도 정도를 그어 세계지도가 만
들어졌다. 풍요로운 미국이 부강해지자 미국이 새로운 세계의 중심으로 군림하게 되었다. 어떤 이들은 앞으로의 세계의 중심은 아시아가 될 것이라고 장담하는 이들도 있다.중심과 변두리에 대한 우리들의 착각은 여러 곳에서 나타난다. 서울로 올라간다는 것은 상경이고 시골로 내려간다는 것은 낙향이라 했다. 상경의 길은 영달과 출세의 길이 열리는 것 같고, 낙향은 낙오자의 은둔길 같은 느낌을 주는 것이다. 이 착각은 너도 나도 도시로 서울로 모여드는 것을 부추겼는지도 모른다.도시의 중심은 교통이 편리하고 여러가지 편의시설이 많아 인구가 집중하고 땅값이 오르고는 했다. 변두리는 교통과 편의시설이 불편해서 가난한 서민들이 자리를 잡았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도시의 중심은 너무 복잡하고 범죄도 많아져 변두리에 전원주택을 짓고 옮겨 살게되어 중심과 변두리의 내용은 달라졌다.

나라의 중심은 그 땅에 사는 백성이어야 한다. 힘 없고 가난한 사람이라도 나라의 주인이다. 그러나 어떤 이들은 권력의 중심부에 있는 사람이나 많이 가진 자들이 나라의 중심으로 착각하고 백성을 무시하려 든다. 학교는 공부 잘 하는 우등생이 중심이 되는 경우가 많다. 중간 이하는
늘 들러리로 취급 당하는 경우가 흔하다.

그러나 들러리 학생들 중에서 사회의 우등생이 나오는 경우도 우리는 자주 보게 된다.세계는 부강한 나라 중심으로 움직이고 경제는 부자들이 마음대로 주무르며 사회는 더 배우고 똑똑한 사람들 위주로만 움직인다면 가난하고 핍박 받는 많은 사람들은 현실에서 희망을 가지기 어려울 것이다.우리의 신앙도 하느님이 중심이 되지 못하고 자기와 자기 집단의 이익이 중심이 되어버리면 중심과 변두리의 잘못은 심각한 문제로 남겨질 지도 모른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